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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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은 메밀꽃밭에 앉는다
시인 이정혜
메일꽃밭은
별빛이 고인 들이다
바람이 흠씬
휘젓고 지나가니
고개 떨군 메밀꽃
이랑이랑 별빛 숙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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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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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혜 시인의 마음엔 들꽃을 가슴에 품은 소녀가 살고 있다. 그의 시어는 바람에 흩날리는 꽃잎처럼 여리고 섬세하지만, 그 안에는 깊은 생명의 떨림이 스며 있다. 그의 손끝에서 피어나는 언어는 한 폭의 풍경이 되고, 순간을 붙잡아 영원의 빛으로 물들인다.
'별은 메밀꽃밭에 앉는다'는 자연 속에서 별과 메밀꽃이 교감하는 순간을 포착하며, 그 안에 삶의 가치 철학과 미의식을 담아낸 작품이다. 시인은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직관적으로 형상화하며, 특히 별빛과 메밀꽃이 어우러지는 장면을 통해 존재의 순환과 덧없음을 섬세하게 표현한다.
시의 핵심 이미지는 ‘메밀꽃밭’과 ‘별빛’이다. 메밀꽃밭을 “별빛이 고인 들”로 형상화한 것은 단순한 풍경 묘사가 아니라, 자연 속에서 인간의 감각이 확장되는 순간을 보여준다. 이는 현실을 초월한 세계로 나아가는 시인의 미의식을 반영하는 동시에, 자연과 우주가 맞닿아 있다는 철학적 통찰을 내포한다. 또한, 바람에 휘둘려 고개 숙인 메밀꽃과 숙연한 별빛의 대비는 삶의 유한성과 경건한 아름다움을 떠올리게 한다.
시인은 자연을 단순한 배경이 아닌, 감각적으로 체화된 존재로 그려낸다. 이는 삶을 바라보는 시인의 태도를 엿볼 수 있는 지점이다. 바람이 지나간 후에도 메밀꽃과 별빛이 조용히 자리하는 모습은 시인이 추구하는 삶의 본질과 연결된다. 즉, 어떤 흔들림에도 본연의 자리에서 의미를 찾는 태도, 덧없음 속에서도 스러지지 않는 아름다움을 향한 시선이 담겨 있다.
이정혜 시인의 작품은 삶과 자연을 일체화하는 미적 태도를 지닌다. 자연은 단순한 관찰의 대상이 아니라, 존재론적 사유를 불러일으키는 공간이다. '별은 메밀꽃밭에 앉는다'는 짧지만 깊은 여운을 남기며, 순간의 찰나刹那 속에서도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시인의 철학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수작秀作이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