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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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리더십
ㅡ진정한 리더는 어디에 있는가
리더십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대개 한 사람이 무대 위에서 연설을 하거나, 깃발을 들고 앞장서며 군중을 이끄는 모습이다. 큰 목소리로 지시를 내리고, 강한 카리스마로 사람들을 휘어잡는 리더는 시대를 막론하고 이상적인 지도자의 전형으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진정한 리더란 과연 그런 모습일까?
흔히 우리는 리더가 가장 앞에서 사람들을 이끄는 존재라고 여기지만, 진정한 리더는 반드시 눈에 띄는 자리에 있을 필요가 없다. 오히려 구성원들이 조화롭게 협력하며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 자야말로 진정한 리더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앞에 서서 명령을 내리기보다, 뒤에서 묵묵히 사람들을 지원하고 길을 닦는다. 리더가 사라져도 조직이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리더의 역할이다.
중국 고대의 요순(堯舜) 시대는 '성군(聖君)의 시대'라고 불린다. 이때 백성들은 왕이 누구인지조차 알지 못했다고 전해진다. 이는 요(堯)와 순(舜)이 자신을 드러내는 통치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정치를 백성들에게 맡겼고, 나라의 질서를 백성 스스로 유지하도록 했다. 그 결과, 요순 시대의 백성들은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삶을 꾸려 나가며, 군주의 존재를 의식하지 않고도 평화롭고 안정된 생활을 영위할 수 있었다. 이는 리더가 전면에 나서지 않더라도 공동체가 잘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진정한 리더는 자신의 역할이 드러나지 않는 것에 연연하지 않는다. 어떤 조직이나 공동체든 리더가 필요하지만, 이상적인 리더는 자신이 사라지더라도 조직이 흔들리지 않도록 만드는 사람이다. 그는 무대의 주인공이 아니라 무대를 지탱하는 조연이며, 구성원들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존재다. 보이지 않는 리더는 마치 정원사와 같다. 정원사는 꽃을 피우기 위해 화려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그는 땅을 갈고, 씨앗을 뿌리고, 물을 주고, 잡초를 뽑으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정성을 기울인다. 꽃이 활짝 필 때, 사람들은 그 아름다움에 감탄하지만, 정원사가 어떤 노력을 했는지는 잘 알지 못한다. 그러나 그가 없었다면 꽃은 결코 피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도 이러한 리더십은 중요하다. 기업 경영에서도 CEO가 모든 결정을 독단적으로 내리는 것이 아니라, 조직 구성원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한 경영 방식으로 여겨진다. 훌륭한 리더는 직원들이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각자의 역할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조직의 목표와 방향을 명확하게 설정하되, 구체적인 실행은 구성원들에게 맡기며 신뢰를 기반으로 한 리더십을 실천한다.
이러한 리더십을 실천하는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로 넬슨 만델라를 들 수 있다. 그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대통령이 되었을 때, 과거의 분열을 극복하고 국민들이 하나가 될 수 있도록 이끄는 데 집중했다. 그는 단순히 연설을 하거나 정책을 발표하는 것만이 아니라,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화합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고 조용한 행동으로 모범을 보였다. 그의 리더십은 권위적인 것이 아니라, 함께 나아가는 방식이었다.
보이지 않는 리더의 중요성은 작은 공동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가정에서도 부모는 자녀의 성장을 위해 묵묵히 헌신한다. 훌륭한 부모는 아이들이 자율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돕는다. 좋은 교사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학생들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스스로 배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그들이 자신의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
요컨대, 진정한 리더는 자신이 중심이 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 구성원들이 각자의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만드는 사람이다. 리더십의 본질은 ‘이끄는 것’이 아니라 ‘돕는 것’에 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역할을 수행하는 이들이야말로, 진정한 리더의 자격을 갖춘 이들이다.
요순 시대의 백성들이 군주의 존재조차 인식하지 못했다는 것은, 그들이 얼마나 평화롭고 안정적인 삶을 살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일화다. 이상적인 리더는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조직이 자연스럽게 운영될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다. 보이지 않는 리더십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리더십이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