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식
■
고통을 넘어, 별빛을 따라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광대한 어둠 속에서도 작은 별들이 반짝인다. 그 별빛은 수억 광년을 여행해 도착한 빛, 긴 시간과 어둠을 지나온 인내의 결과다.
인간의 삶 또한 그렇다.
때때로 참기 어려운 고통이 찾아오고, 어둠이 짙게 깔린다. 별처럼 그 시간을 견디고 나면, 마침내 빛을 찾을 수 있다.
고통이란 무엇일까? 몸이 아프고, 마음이 지쳐버릴 때 우리는 흔히 ‘죽을 것 같다’고 말한다. 실존적인 고통은 인간을 삶의 경계로 몰아붙인다.
허나 그 경계를 넘어서려는 순간, 우리는 ‘삶’과 ‘죽음’의 의미를 다시 묻는다. 이때 중요한 것은 고통을 대하는 태도다. 단순히 피하거나 저항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통과하며 성장하는 길을 찾는 것.
음악은 그 길에서 좋은 동반자가 된다. 조용한 선율 속에서 우리는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다. 음악이란 음의 조합이 아니라, 마음을 어루만지는 손길이며, 삶의 리듬을 되찾게 해주는 힘이다. 비가 내리는 날에는 잔잔한 피아노 선율을 들으며, 마음을 정화할 수도 있다. 고통이 극심할 때, 어쩌면 아무 말도 필요하지 않다. 단지 음악이 흐르게 두고, 그 속에서 스스로를 맡기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고즈넉한 황톳길을 걷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흙길을 밟을 때마다, 발밑에서 전해지는 감촉은 인간이 자연과 연결되어 있음을 상기시킨다. 사람의 삶이란 결국 자연 속에서 비롯된 것. 나무는 바람을 견디며 자라고, 강물은 굽이굽이 흐르며 스스로의 길을 찾아간다. 인간도 다르지 않다. 흙길을 따라 한 걸음 한 걸음 걷다 보면, 고통도 그저 지나가는 바람처럼 느껴질 것이다.
그리고 하늘을 바라보자. 밤하늘의 별들은 우리보다 훨씬 더 오랜 세월을 견뎌왔고, 여전히 빛을 내고 있다. 인간의 삶도 그렇다. 오늘의 고통이란 결국 먼 훗날에는 희미한 기억이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 시간을 어떻게 견디고, 어떤 의미를 찾아내느냐다.
고통은 삶을 포기하라는 신호가 아니다. 오히려 새로운 깨달음의 문을 열라는 신호다. 지혜롭게 극복하는 것은 고통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삶의 일부로 삼는 것이다. 거기서 진정한 앎이 시작된다.
고통 속에서도 꿈과 희망을 놓지 않는 것. 그것이야말로 인간을 살아가게 만드는 힘이다. 별빛이 가장 어둠이 짙을 때 더 밝게 빛나듯, 삶의 고통이 깊어질 때, 우리는 더 큰 희망을 품을 수 있다. 모든 것이 무너지는 순간에도, 조용히 음악을 들으며, 흙길을 걸으며,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생각해 보자. 지금의 이 순간이, 더 큰 깨달음을 위한 노정일지도 모른다고.
어두운 밤이 지나면 새벽이 찾아온다. 별을 바라보며, 다시 나아가자.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