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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우편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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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우편



시인 변희자




그냥 생각나고
그으냥 보고 싶고
이유는 모르겠어

걸음은 아기 걸음
마음이 바람결 따라
살금살금 건너가

그냥 생각나서
자꾸 보고 싶어서

말 안 해도 알아
하트풍선 퐁퐁퐁
以心傳心 우리 참 좋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변희자 시인의 '감성 우편'은 제목부터가 이미 한 통의 수줍은 편지다.
시인은 ‘그냥’이라는 반복어 속에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감정의 본질을 담아낸다. 이유 없는 그리움, 이유 없는 보고픔—이 모든 감정은 오히려 말로 표현될 수 없기에 더 진실되고 순수하다. 그 마음은 '아기걸음'처럼 조심스럽고, '바람결 따라' 흐르는 듯 유연하면서도 진솔하다.
이 시에서 가장 인상적인 구절은
“말 안 해도 알아 / 하트 풍선 퐁퐁퐁 / 以心傳心 우리 참 좋다”이다.
이는 사랑의 언어가 말보다 마음의 진동으로 전해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以心傳心'이라는 한자어는 단순한 장식이 아닌, 이 시의 정서를 품고 있는 핵심 코드이다.
즉, 사랑과 그리움은 말보다 감성으로, 논리보다 직관으로 전달된다는 시인의 믿음을 드러낸다.
변희자 시인은 소녀적 감수성을 지닌 시인이다. 그 감수성은 단순히 유치하거나 감상적인 것이 아니라, 세상의 복잡함에 물들지 않은 순수한 시선이다.
그녀의 시는 어떤 거창한 주제보다도 '보고 싶다'는 단 한 문장의 진심이 얼마나 깊은 울림을 가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는 그녀가 삶을 ‘복잡하게 설명하지 않고도’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방식이다.
변 시인의 미의식은 투명한 감정에 있다. 꾸밈없이, 가공 없이,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자세. 삶은 어렵고 사랑은 때로 아프지만, ‘퐁퐁퐁’ 떠오르는 풍선처럼 가볍고 귀엽게 표현할 수 있다면, 그것이 곧 시인의 세계다.
이처럼 그녀는 일상의 감정들을 감성의 언어로 엮어, 독자의 마음에 조용히 놓아준다. 그래서 우리는 그녀의 시를 읽고 나면 괜스레 웃음 짓고, 문득 누군가가 생각난다.
이것이 변희자 시인의 ‘감성 우편’이 전해주는 가장 따뜻한 선물이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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