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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의 향기로운 유산을 기리며

김왕식







프란치스코 교황의 향기로운 유산을 기리며


김왕식






하늘이 한 송이의 꽃을 거두어 갔다. 그분은 화려한 대관식도, 금으로 장식된 주교좌도 마다하고, 늘 가장 낮은 자리에 머물렀다. 가난한 이를 위해 자신의 식탁을 비우고, 전쟁의 포화 속 어린 생명을 위해 온몸을 기도처럼 굽히던 한 사람. 프란치스코 교황은 단지 교황이라는 직책을 넘어, 우리 시대 가장 위대한 인도자였다.

그는 전통의 울타리를 넘나들며 교회의 문턱을 낮추었고, 낡은 제도에 갇혀 있던 신앙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었다. 동성애자, 이민자, 무신론자에게도 손을 내밀며 ‘모두가 하느님의 자녀’라 외친 목소리는, 종교가 배제의 이름이 아닌 포용의 기둥임을 다시 일깨웠다. 그의 언어는 단순했고, 그 삶은 담백했으며, 그 눈빛은 세상을 향한 자비로 가득 차 있었다.

특히 전쟁과 갈등으로 분열된 세계를 향해, 그는 지치지 않는 평화의 메신저였다. “전쟁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는 그의 외침은 단지 종교인의 기도에 머무르지 않고, 인류 보편의 양심을 울리는 경고장이었다. 우크라이나, 팔레스타인, 아프리카의 수많은 갈등 지역에서 그가 보여준 연대와 기도는, 우리가 외면했던 고통에 귀 기울이게 했다.

그는 한 번도 '위대한 지도자'가 되려 하지 않았다. 그저, 무너진 삶에 조용히 손 얹고 눈물 흘리는 한 명의 인간으로 살았을 뿐이다. 그런 진실한 겸허가, 오히려 그를 더욱 위대하게 했다.

이제 그분은 떠났지만, 그의 말 한마디, 몸짓 하나하나는 우리 기억 속 살아 있는 복음이 되어 남을 것이다. 그가 마지막까지 호소한 ‘평화를 위한 전 세계의 각성’은 단지 가톨릭을 넘어, 모든 인류가 품어야 할 유언이 되었다.

우리 모두, 이제 남겨진 자로서 그 뜻을 이어가야 한다. 미움보다 사랑이 먼저이고, 다툼보다 대화가 먼저이며, 권력이 아닌 섬김이 먼저라는 진리를 잊지 않아야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님, 당신의 향기로운 여정을 기억하겠습니다.
당신의 기도처럼, 이 땅에 진정한 평화가 내리기를 간절히 빕니다.
그리고 하늘에서는 부디 고요하고 따뜻한 안식을 누리시길.

세계는 지금, 조용히 눈물짓고 있습니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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