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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묻는 노인과 청년

김왕식






길을 묻는 노인과 청년





신호등 앞
낯선 거리에 머문 발
노인의 눈빛이
늦가을 잎새처럼 흔들릴 때

주머니 속 따뜻한 봄 한 줌,
청년이 다가와
손끝으로 길을 짚었다

“같이 가요”
그 말 한 줄
등 굽은 시간에 불을 켜고

말없이 걷는 동안
노인은 몇 번이나
작은 고개를 끄덕였다

묻지 않아도
듣지 않아도
세상에 있는 가장 다정한 말은

“모르겠지만,
함께할게요”

그날 노인은
길보다
사람의 온기를 알았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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