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도서관 사서의 손등

김왕식









도서관 사서의 손등




책의 숨을 덮던
사서의 손등 위엔
바랜 흉터 하나,
지운 듯 남은 옛 문장의 쉼표였다.

반납 도장을 찍는 소리,
그것은 종이의 심장을 두드리는
오래된 인사처럼
가끔 책보다 먼저 다정했다.

수많은 이야기들이
그 손을 지나 떠났지만
책은 안다,
글보다 먼저 자신을 감싼
그 손의 조용한 체온을.

페이지가 넘어진 자리에
시간이 눕고
그 손은 오늘도
말 없는 문장을 읽어낸다—

세상이 모르는 방식으로
세상을 품는 손.

ㅡ 청람










keyword
작가의 이전글길을 묻는 노인과 청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