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건물 지붕 위의 시

김왕식







폐건물 지붕 위의 시





출입을 금한 문장이
녹슨 팻말로 벽을 막아도
시간은 끝난 적 없었다

금 간 유리, 무너진 콘크리트 사이
노란 숨결 하나가 고개를 든다
그것은 들꽃이 아니라
무너짐 속에 틔운 한 줄기 선언이었다

지나는 사람들은 눈길을 주지 않았고
햇살만이 천천히
그 위에 기도를 내렸다

"여기서도 필 수 있어요"
말 대신 피어난 그 한 송이,
낭떠러지를 기어오른 이유는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세상 어디든
꽃은 피고야 만다는 것을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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