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표정한 기사님의 등

김왕식










무표정한 기사님의 등






검은 등짝 하나가
버스의 긴 숨을 밀고 있었다
말 없는 어깨는
수십 개의 피곤한 하루를
고요히 실은 짐칸 같았다

손잡이에 매달린 체온들,
창문에 기대선 무표정들,
그 모든 침묵을
등 하나가 끝까지 감싸 안고 갔다

종점에 닿아
문이 열릴 때
작은 바람처럼
그가 남긴 한 마디

“조심히 가세요”

그 말은
등 뒤에서 오래 웅크리고 있던
하루를 다정히 안아주는 손 같았다

등불도 표정도 없던 그 등은
사실, 말보다 따뜻한
하루의 마지막 위로였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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