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이 간 계단 끝에서

김왕식







금이 간 계단 끝에서





발길 끊긴 계단 위,
먼지 속에 자란 풀잎 하나가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지워진 발자국,
막힌 문 너머
누군가 오래전에 남기고 간
숨소리 같은 바람이
풀잎 끝을 흔들고 있었다

누구도 찾지 않는 자리지만
그곳엔 여전히
피고 자라는 무언가가 있다

언제나 누군가는
세상의 가장 낮은 틈에서
자신만의 높이로
하늘을 따라 오르고 있는 것이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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