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항 속에 남은 물 한 모금

김왕식







어항 속에 남은 물 한 모금





텅 빈 수조,
고기들도 떠났고
남은 건 바닥에 고인 물 한 모금

그 물 위로 작은 날벌레가 앉았다
생은 늘 뜻밖의 무대에 올라
말없이 연기한다

물이 마르면 생도 끝날 줄 알았지만
끝이라 여긴 자리에서
시작은 다시 올라왔다

종종,
남은 것은
필요한 전부가 된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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