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의 마지막 유언을 보며

김왕식









프란치스코 교황의 마지막 유언을 보며
— 한국 종교가 나아갈 길




청람 김왕식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종했다.
그가 남긴 마지막 유언은 짧지만 깊은 울림을 남긴다.
"내 묘비에 교황이라는 말을 빼달라."
세속의 명예를 내려놓고, 자신을 '하느님의 작은 종'으로만 기억되기를 바란 그의 고백은
오늘 우리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진정한 종교란 무엇인가.
우리는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신앙을 지키고 있는가.

프란치스코 교황은 삶과 죽음으로 복음을 증언했다.
화려함을 거부하고, 가난한 자 곁을 택했으며,
권력과 체면보다 겸손과 사랑을 먼저 실천했다.
그는 교황이었지만, 누구보다 인간이었다.
지위나 권한이 아니라, 눈물 흘리는 이들과 함께 무릎 꿇는 자세로
신앙의 본질을 증언했다.

그렇기에 그의 마지막 부탁은 단순한 한 마디를 넘어
오늘의 종교가 어디를 바라보아야 하는지를 깨우친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 종교가 처한 현실을 돌아볼 때,
이 유언은 더욱 아프게 가슴을 친다.

한국 종교는 지금, 과연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화려한 성전, 커지는 숫자, 세속의 권력과 결탁한 교세 확장 속에
우리가 잊어버린 것은 없는가.
교회는, 절은, 성당은,
더 많은 사람을 모으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더 높은 건물을 세우기 위해 경쟁하는 곳이 아니다.
신앙은 본디, 세상의 끝자락에서 꺼져가는 한 사람의 촛불을 지키기 위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 한국 종교는
자기 체면을 지키기에 급급하고,
자신의 울타리를 높이기에 바쁘다.
때로는 권력의 언어를 빌려 신의 뜻을 왜곡하고,
때로는 세상의 성공 논리를 신앙의 이름으로 포장한다.
신을 빙자하여 사람을 지배하고,
말씀을 이용해 약한 자를 외면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마지막 고백은,
이런 우리 모두를 향한 부끄러운 거울이다.

한국 종교가 나아가야 할 길은 단순하다.
되돌아가는 것이다.
가난한 곳으로, 고통받는 이들 곁으로,
권력의 정상이 아니라 사랑의 밑바닥으로.
다시 한 번 종교가 본래 있어야 할 자리를 찾아야 한다.

예배는 격식을 차리는 의식이 아니라,
상처 입은 영혼을 품는 시간이어야 한다.
기도는 자기 욕망을 관철하는 수단이 아니라,
세상의 아픔을 끌어안는 연대의 행위여야 한다.
신앙은 화려한 구호가 아니라,
날마다 누군가를 위해 무릎 꿇는 선택이어야 한다.

한국의 종교 지도자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마지막 유산을 깊이 새겨야 한다.
높은 자리에 서는 것을 자랑하지 말고,
자신을 낮추어 사람들과 어깨를 맞대어한다.
더 많은 권위를 주장하는 대신,
더 많은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
말로 복음을 전하기보다,
삶으로 복음을 살아야 한다.

신앙은 결국,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인정받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었느냐로 남는다.
우리 묘비에 새겨질 이름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떠난 자리 위에 남은 사랑의 향기다.

"내 묘비에 교황이라는 말을 빼달라."
프란치스코 교황의 마지막 고백은
이 시대 종교가 새겨야 할 영원한 말씀이다.

한국 종교여, 이제 돌아가자.
권력과 체면의 탑을 헐고,
다시 작은 자 곁에, 가난한 영혼 곁에 서자.
그리고 세상의 한 귀퉁이에서
조용히, 그러나 뜨겁게,
하늘나라를 심어가자.

그 길만이
우리가 종교인으로, 신앙인으로, 인간으로
진실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길이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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