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과 함께 떠나는 삼국지 여행4ㅡ2

김왕식






삼국지 손권


삼국지 4ㅡ2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과 함께 떠나는 삼국지 여행




제4ㅡ2회.

조조의 적벽 전진
― 불의 연기 속에서 꺾인 야망




관도대전에서 원소를 꺾고 북방을 평정한 조조는, 마침내 천하 통일의 마지막 과제로 남은 남방 진출을 본격화한다. 그 첫 목표는 장강 이남, 형주와 오나라를 손에 넣는 것이었다. 조조는 황제의 명을 앞세우고, 조정의 정당성을 무기로 내세우며, 수십만 대군을 이끌고 남하를 시작한다.

조조는 속도전으로 형주를 점령하고, 병약한 유표의 아들 유종이 항복하자 형주 전역은 단숨에 위나라 손에 들어간다. 이로써 조조는 장강 북안의 모든 요지를 장악하고, 강남 진출의 발판을 마련한다. 그의 눈은 이제 손권의 동오(東吳)로 향한다.

유비는 유표 사후 형주를 빼앗기고 강하로 패주했다. 그러나 백성들과 함께 도망치며 민심을 얻었고, 조조의 대군이 다다르기 전에 형주의 일부를 장악했다. 제갈량은 이 기회를 잡아 손권과의 동맹을 추진한다. 그는 자신이 직접 오나라로 건너가 손권을 설득한다.

이 무렵 손권은 결단의 기로에 서 있었다. 조조는 거대한 병력과 물자를 바탕으로 장강을 건너려는 준비를 마쳤고, 이를 보고받은 손권의 신하들은 의견이 엇갈린다. 장수들은 전투를 피해야 한다고 말했고, 책사 주유(周瑜)와 노숙(魯肅)은 “지금이야말로 조조를 꺾을 기회”라고 주장했다.

제갈량은 손권을 찾아가 말한다. “지금 싸우지 않으면 조조는 반드시 장강을 넘어 동오를 삼킬 것입니다. 유비와 손권이 힘을 합쳐야만 저 강을 지킬 수 있습니다.” 손권은 망설이다가 마침내 결단한다. “싸워서 죽는 것이 낫지, 무릎 꿇고 사느니만 못하다.” 그리하여 유비와 손권의 연합군이 결성된다.

한편, 조조는 물자와 병력이 풍부했지만, 장강 남쪽의 수전에 익숙하지 않았다. 북방의 기병과 보병은 수군을 운영하는 데 서툴렀고, 조조 본인도 수전에 대한 경험이 부족했다. 게다가 형주를 점령하자마자 전염병이 발생해 군심이 흔들리고 있었고, 병사들은 남쪽의 더운 기후에 지쳐 있었다.

그러나 조조는 자만했다. “내가 이끄는 대군은 천하를 삼킬 수 있다.” 그는 연합군의 결성도 과소평가했고, 주유의 전략과 제갈량의 통찰을 알지 못했다.

이제 전투는 곧 시작될 것이다. 배는 장강 위에 모이고, 불은 아직 붙지 않았지만, 조조의 야망은 이미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의 전진은 거침없었으나, 그 속에는 오만과 과신이라는 작은 균열이 스며들고 있었다.





제4ㅡ2회 삼국지 평

〈조조의 적벽 전진〉




■ 등장인물 특징


조조(曹操)

천하를 눈앞에 두고 기세등등한 패자. 그러나 그의 야망은 스스로 만든 오만에 의해 균열을 보이기 시작한다. 북방의 천재 전략가였지만, 남방의 물과 불, 사람의 마음을 꿰뚫지는 못했다. 이 시기의 조조는 거대한 성공이 낳은 ‘오판의 그림자’다.


제갈량(諸葛亮)

군사 이전에 외교가로서의 면모를 보인다. 유비와 손권의 연합을 성사시키기 위해, 전략이 아닌 감정과 명분을 설득으로 엮어낸다. 강한 자 앞에 맞서는 자들의 연대—그 구심점이 되는 인물로, 말이 칼보다 강하다는 것을 증명한다.


손권(孫權)

젊지만 신중한 정치가. 강대한 조조를 맞서야 할지 망설이다가, 결국 자존과 명분의 선택을 한다. 손권은 단순히 용맹한 젊은 군주가 아니라, 시대의 흐름을 감지하고 의지로 움직인 결정적 인물로 성장한다.




■ 현대 우리에게 주는 긍정적 교훈


적벽 전진은 조직이나 개인이 절대적인 성과를 앞에 두고 ‘오판’을 어떻게 하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결정적 장면이다. 조조는 병력도 많고, 명분도 있었으며, 정세를 압도하는 위치에 있었지만—단 하나, 현실을 얕잡아본 자만심이 패배의 단초가 된다. 오늘날도 성공한 조직이 위기를 맞는 이유는 외부보다 내부의 과신에서 비롯된다. 반면 제갈량은 명분과 연대를 기반으로 약자들을 결속시키고, 손권은 스스로의 위치를 냉철히 자각하며 결정을 내린다. 이 회는 말한다. 진짜 위기는 적이 아니라, 자신을 과대평가할 때 생긴다. 진짜 승리는 힘이 아니라 ‘함께할 수 있는 능력’에서 온다.




■ 삼국지 내용에서 아쉬운 점

조조의 적벽 진군은 전사적으로 긴장감 넘치는 서사지만, 그의 내면적 동요나 군 내부의 불안은 서사상 간단히 처리된다. 북방 장수들의 수전에 대한 낯섦, 형주 점령 직후의 병참 문제, 유비 추격 실패에 따른 조조의 조급함 등은 사건 중심으로 흘러가고, 인물의 심리적 흐름은 정리되지 않는다. 또한 손권의 결단 역시 단호하게 그려지지만, 그 결단에 이르는 감정의 과정은 설명이 부족하다. 이 장면은 전투가 아닌 전투 전야의 서사로서, 정치와 전략, 감정과 의지의 엇갈림이 입체적으로 다뤄졌다면 더 큰 문학적 긴장을 가졌을 것이다. 전략보다는 인간의 내면에서 승패가 갈라지는 순간을 조금 더 천착했더라면, 적벽은 이미 전투 전에도 불타오르는 전설이 되었을 것이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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