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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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결로 짓는 별의 서(書)
ㅡ임윤찬을 위한 시
김왕식
한 사람의 고요가 세상을 건넌다
그 고요는 숨처럼 가볍고
바위처럼 깊다
건반 위를 걷는 그의 손끝은
시간조차 숨을 죽인다
임윤찬은 음을 치지 않는다
그는 사라진 것들의 이름을 부른다
눈물도, 기도도, 오래된 그리움도
하얀 건반 위에 스며들어
한순간 별빛이 된다
세상은 속삭인다, 더 빠르게, 더 크게
그러나 그는 귀를 막고
느림과 침묵을 껴안는다
한 음을 누르기 전,
천 번 마음을 눕힌다
그의 연주는 하나의 강이다
처음에는 돌을 어루만지고
이윽고 산을 넘어
마침내 침묵으로 바다를 이룬다
흐름은 낮고, 깊고, 순하다
임윤찬은 질문한다,
"존재란 무엇인가,
소리란 무엇인가,
삶이란 무엇인가?"
그 물음 끝에서 음악은 태어난다
피아노는 그의 사원이 되고
음표는 그의 기도문이 된다
그는 자신을 소모하며
존재의 가장 투명한 진실로
세상을 건너간다
가끔 별들이 그를 내려다본다
가끔 어둠이 그의 등을 쓸어내린다
그러나 그는 고개를 들지 않는다
오직 땅을, 오직 생을
조용히 껴안는다
임윤찬, 그는 한 편의 서(書)다
눈물로 쓴 별들의 연대기
숨결로 이어진 시간의 노래
그 길 위에 앉아
우리 모두는 조용히 귀를 기울인다
ㅡ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