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발, 인생을 여는 씨앗

김왕식






첫발, 인생을 여는 씨앗





김왕식




첫발은 하나의 씨앗이다. 어디에 심느냐에 따라 들꽃이 될 수도, 잡초가 될 수도, 거목이 될 수도 있다. 그 작은 발자국 하나가 나아갈 길의 방향을 정하고, 길의 색을 입히고, 나중엔 되돌아볼 ‘처음’이라는 이름이 된다.

사람들은 종종 높은 곳을 바라보며 시작을 소홀히 여긴다. 정상의 풍경을 꿈꾸며, 바닥에 닿은 첫걸음을 경시한다. 그러나 바람은 늘 땅에서부터 불어오고, 길은 한 칸의 발끝에서부터 시작된다. 첫발은 그 자체로 선언이자 다짐이다. 이리로 가겠노라, 나는 여길 선택했노라. 그것은 방향에 대한 책임을 지는 순간이다.

해가 수평선 위로 떠오르기 직전의 침묵처럼, 첫발은 고요하지만 뜨겁다. 그것은 밤을 밀어내고 낮을 여는 몸짓이다. 산에 오를 때, 들판을 걸을 때, 혹은 낯선 도시에 첫발을 디딜 때 우리는 무엇보다 신중해야 한다. 발끝에 실린 마음 하나가, 나중엔 계절이 되고, 생애가 되고, 추억이 되기 때문이다.

첫발을 잘못 내디뎌 넘어질 수도 있다. 돌부리에 걸리기도 하고, 진창에 빠지기도 한다. 그러나 중요한 건 발끝을 두려움으로 움츠리지 않는 용기다. 어둠 속에서도 나아가는 의지다. 어떤 이는 겁이 나서 아예 첫발을 떼지 못하고, 어떤 이는 가볍게 내디뎠다가 발을 돌이키지 못한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그 발이 향한 곳이 나다운가, 진심인가 하는 것이다.

첫발은 한 줄기의 물줄기와 같다. 작은 샘에서 시작된 물길이 어느 골짜기를 지나 어떤 강으로 흘러갈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그 물줄기 하나가 바다로 향하는 힘찬 강물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우리는 안다.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다. 하나의 발자국에서 시작된 여정이, 나중엔 누군가의 길이 되고, 위로가 되고, 이야기로 남는다.

그러니, 첫발을 디딜 땐 맨발이어도 좋다. 발바닥으로 땅의 감촉을 느끼며, 삶이 어디로 이끄는지를 고요히 느껴보자.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그 첫걸음이 세상의 기대가 아닌 내 진심에서 시작되었는가이다.

첫발이 길을 만들고, 길이 삶을 만든다.
그러니, 오늘 내가 어디로, 어떻게 디디는가에 인생의 향방이 달렸다.
그 한 걸음이, 나를 만든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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