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은 사과 하나의 교훈 ㅡ침묵의 공범이 되어선 안 된다

김왕식









썩은 사과 하나의 교훈
ㅡ 침묵의 공범이 되어선 안 된다





사과 한 바구니에 단 한 알 썩은 사과가 들어 있는 모습을 떠올려 보라. 처음엔 눈에 띄지 않는다.
표면만 반질반질하면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그러나 그 썩은 사과는 곧 보이지 않는 부패균을 퍼뜨린다. 아무 말 없이, 아무도 모르게, 가장 가까운 것부터 천천히 무너뜨린다. 그리고 마침내, 온 바구니를 더럽히고 만다.

이 단순한 현상은 사회의 구조, 조직의 문화, 공동체의 일상에 대해 너무나도 정확한 비유가 된다. 부도덕한 행동 하나, 불법 하나, 거짓말 하나가 처음엔 단지 ‘하나의 문제’로 여겨진다.
그러나 그것이 처벌되지 않고 방치될 때, 그것은 면죄부가 된다. 부패가 용인되는 순간, 침묵은 동의가 되고, 그 공동체 전체가 썩기 시작한다.

썩은 사과는 스스로를 부정하지 않는다. 문제는 그 옆에 있는 싱싱한 사과들이 침묵한다는 데 있다. “내 문제가 아니니까.” “괜히 나섰다가 불이익당하면 어쩌나.” 그렇게 외면한 싱싱한 사과들은 곧 썩은 것과 다르지 않은 존재가 되어버린다. 조직의 도덕적 기준은 가장 약한 고리에서 무너지고, 권력은 그것을 ‘예외’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며 확산시킨다.

정치는 어떤가. 언론은 또 어떤가. 기업의 내부, 교실의 한 구석, 심지어 가정 안에서도 우리는 썩은 사과 하나를 방치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부패한 권력자 한 명, 진실을 외면하는 기자 한 명, 아이를 무시한 어른 한 명, 모두가 공동체를 병들게 하는 기폭제가 된다.

진정한 건강은 단순히 나만 올곧다고 이루어지지 않는다. 한 사과의 신선함은 그 옆 사과들의 상태와 맞닿아 있다. 침묵하는 다수가 결국 무너지는 다수가 된다는 것을, 우리는 수많은 역사의 참극에서 이미 목도해 왔다.

‘썩은 사과 하나’는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공동체 전체의 방심을 묻는 질문이자, 지금 당장 말하지 않으면 나중에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경고다. 옳지 않은 것을 보고도 말하지 않는 사람은, 옳지 않은 것을 행한 사람보다 더 위험하다.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지금 내 옆에 놓인 사과는 어떤가. 내 주변에 있는 부정과 부패를 애써 외면하고 있지는 않은가. 침묵을 선택한 순간, 우리는 더 이상 싱싱하지 않다. 침묵의 공범이 되는 순간, 우리는 이미 썩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기억하라.
정의를 지키는 가장 쉬운 첫걸음은, 썩은 사과를 모른 척하지 않는 일이다.



ㅡ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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