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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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힌 나를 향한 귀향
한 사람의 내면에는 둘 이상의 존재가 산다.
겉으로 드러나는 나는 사회가 요구한 모양으로 살아가며,
속 깊이 잠든 또 다른 나는 오랫동안 침묵의 늪에 갇혀 있었다.
그 존재는 말이 없었다.
기대도, 원망도 없이
그저 묵묵히 존재했고
간혹 고요한 슬픔으로 가슴 한쪽을 적셨다.
삶은 늘 바깥을 향해 움직인다.
성공을 좇고, 타인의 인정에 귀를 기울이며,
자기 자신보다 외부의 시선을 먼저 배려한다.
그런 삶의 흐름 속에서
본질적인 자아는 점점 희미해진다.
그 존재는 마치
낡은 도서관 뒤편에 먼지를 뒤집어쓴 채 놓인 책처럼,
아무도 들춰보지 않은 페이지로 남는다.
인간은 종종 자신을 외면한 채
자신을 사랑한다고 착각한다.
몸을 가꾸고, 이력을 채우며,
무언가를 이루는 데 몰두하지만,
그 과정에서 정작 진짜 자아는 외로움에 마르고 갈라진다.
그 외로움은 타인의 부재가 아니라
자기 자신으로부터의 유기에서 비롯된 깊은 고통이다.
내면의 또 다른 나는
거울처럼 모든 것을 비추되,
침묵 속에서만 존재를 알린다.
그 침묵은 문득 문장으로,
혹은 알 수 없는 그리움으로 다가온다.
삶이 주는 혼란과 허무,
예기치 못한 공허함이 고개를 들 때마다
그 존재는 속삭이지 않고 존재만으로 신호를 보낸다.
자아를 향한 여정은 외부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깊이 잠긴 내면의 우물로 내려가는 길이다.
그 우물은 어두우며,
때로는 두렵고 아프지만,
그 밑바닥에는 세상의 어느 것보다 정직한 빛이 있다.
그 빛은 찬란하지 않으나
지속적으로 나를 비추고 있었다.
모든 가식과 허상을 벗겨낸 자리에서,
비로소 인간은
자신을 만난다.
이제야 깨닫는다.
진짜 외로움은 누군가가 없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를 잃은 상태였다는 것을.
그 진실을 직면하는 순간,
자아는 다시 생명처럼 피어난다.
그리고 다시,
삶은 안쪽에서부터 새롭게 시작된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