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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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빛도 말이다
때로는 말보다 먼저 도착하는 언어가 있다.
바로 눈빛이다.
말이 닿지 못하는 감정의 깊은 골짜기를
눈빛은 조용히 건너간다.
진심은 눈으로 전해지고,
그 눈빛은 오래도록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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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말을 통해 마음을 전한다고 믿지만,
진짜 마음은 언제나 눈빛에 숨어 있다.
눈빛은 순간의 감정을,
때론 평생의 서사를 담고 건넨다.
말은 다듬을 수 있지만,
눈빛은 다듬을 수 없다.
그 안에는 망설임, 후회, 연민, 사랑, 슬픔 같은
복잡한 감정들이 하나의 빛으로 섞여 드러난다.
가장 진실된 감정은 눈에 맺힌다.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그저 바라보는 눈빛만으로 전해진다.
아무 말 없이 마주 앉아 있던 누군가와
눈이 마주쳤을 때
한 줄의 위로가, 한 생의 회복이 찾아오기도 한다.
그 순간엔 말은 사치처럼 느껴진다.
눈빛이 다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눈빛은 시간을 품는다.
오래 알고 지낸 사람 사이에선
짧은 눈 맞춤만으로도 모든 말을 생략할 수 있다.
그 생략 속에 담긴 신뢰, 애정, 이해는
말보다 더 강력한 약속이다.
또한 눈빛은 듣는 언어다.
말을 할 때보다,
누군가의 말을 조용히 듣는 동안
눈빛은 더 많은 것을 건넨다.
고개를 끄덕이지 않아도,
눈빛 하나로 “나는 네 안에 있어”라고 말할 수 있다.
그 눈빛 하나가
울음을 참게 하고,
포기했던 마음을 다시 일으켜 세우며,
내 안의 무너진 다리를 다시 잇게 한다.
말이 없어도 되는 위로,
그것이 바로 눈빛이 가진 언어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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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보다도 먼저, 눈은 마음의 가장 진실한 언어였다.”
– 카를 융
ㅡ 청람 김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