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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작은 새가

김왕식




이상엽 닥터





오늘도 작은 새가



시인 이상엽




연 이틀
작은 새 세 마리가
머리 위 가지에서
내게 종알거리더니

오늘은
한 십여 마리
때로 몰려와
아주 큰 소리로
내게 말하며
말 잔치 벌이네

반갑다
즐겁다
다시 보자
인사하니

아주 신이 나서
친구들
전부 데려왔구나

좋다 좋아
매일 아침
너희들과 노니

오늘도 무사히
지내고
내일 다시 만나자










새들과 나눈 생명의 언어
― 이상엽 시인의 「오늘도 작은 새가」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이상엽 시인은 정형외과 닥터다.

한평생을 수술실에서 보냈다.

요즘 그 틈새 펜을 들고 시를 습작한다.


그중 한 편

「오늘도 작은 새가」는 일상의 소소한 풍경 속에서 우러나온 순수한 교감의 기록이자, 인간과 자연이 오랜 침묵을 넘어 서로를 이해하려는 시적 시도의 결정체다. 이 시는 단순히 새의 울음소리를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삶의 안부를 나누고 존재의 온기를 확인하는 정서적 메시지를 담아낸다. 시인은 새와의 교감을 통해 인간 내면의 외로움을 극복하고, 생명의 일체감을 노래하며, 그 속에서 순환하는 삶의 의미를 시적으로 환기한다.

첫 연에서 시인은 “작은 새 세 마리”가 “내게 종알거리”는 장면을 통해 자연과의 조우를 은밀하게 시작한다. 머리 위 가지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단지 새의 울음이 아니라, 생명의 언어로 들린다. 이는 시인 자신의 내면과 외부 세계가 조용히 연결되는 순간이며, 자연이 말을 건네는 그 순간, 인간 또한 침묵 속에서 귀를 기울이게 된다.

둘째 연에서는 새의 수가 늘어나고, 울음은 “아주 큰 소리로” 확장된다. 이 확대는 단지 물리적인 숫자의 증가가 아니라, 시인과 자연의 교감이 깊어지고, 그 친밀함이 공감과 환희의 자리로 나아가는 상징이다. “말 잔치 벌이네”라는 표현은 새들이 단순한 존재가 아니라, 인간과 정서적 소통을 나누는 '시적 동반자'로 자리 잡았음을 암시한다. 자연은 말 없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귀 기울일 때 생생한 대화의 주체가 된다.

“반갑다 / 즐겁다 / 다시 보자”는 구절은 새들이 던진 인사이자, 시인이 스스로 자연의 일원이 되어가는 자각의 문장이다. 이는 인간 중심의 시각을 넘어, 타자의 목소리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생태적 감수성을 드러낸다. 시인이 새들을 “친구들”이라 부르며 그들의 방문을 반긴다는 것은, 인간과 자연 사이의 거리감이 사라지고, 동등한 생명체로써 서로를 환대하는 태도의 표현이다.

마지막 연에서 “오늘도 무사히 지내고 / 내일 다시 만나자”는 시구는 하루를 정리하는 인사인 동시에, 내일을 기약하는 희망의 언어다. 이 반복은 일상의 안정감을 제공하며, 자연과 인간이 지속적으로 교류하며 함께 살아가는 순환적 생의 리듬을 제시한다. '무사히'라는 표현은 이 시대적 불안과 생존의 위협 속에서도 자연과의 교감이 인간에게 위로와 회복의 힘이 됨을 상징적으로 시사한다.

이 시에서 새는 단순한 자연의 구성원이 아니다. 그것은 존재의 은유이자, 삶의 회복력을 상징하는 생명의 사자(使者)다. 시인의 문장은 담백하고 절제되어 있지만, 그 안에 스며든 자연에 대한 사랑과 교감의 깊이는 결코 얕지 않다. 이상엽 시인은 자연을 관조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동료로 받아들이며, 그 안에서 인간 삶의 진실한 의미를 발견해 낸다.

요컨대, 「오늘도 작은 새가」는 일상의 평범한 아침을 통해 시인이 어떻게 자연과 삶, 관계를 사유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한 편의 시적 고백이며, 이 시를 통해 독자 또한 새들의 속삭임을 들으며 자신만의 생명의 언어를 떠올리게 된다. 이는 바로 시가 갖는 본연의 힘이자, 시인이 세상과 나누는 가장 따뜻한 인사다.



ㅡ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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