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식
□ 홍승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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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향기를 남긴 사람 ― 홍승표 작가의 삶과 수필 『사람의 향기』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한 송이 꽃이 향기를 남기듯, 한 사람의 생애가 지나간 자리에 고요하고 깊은 온기를 남기는 경우가 있다. 홍승표 작가의 수필 「사람의 향기」는 바로 그런 인생의 향기를 글로 증류한 작품이다. 단순한 회고가 아니라, 자기 성찰을 통하여 타인을 돌아보고, 마침내 삶의 본질에 도달하는 내면의 여정을 차분히 그려냈다. 작가의 삶은 공직사회라는 엄격한 틀 속에서 묵묵히 한결같음을 지켜온 서사이며, 그 바탕에는 청렴과 배려, 헌신이라는 인생철학이 깊이 새겨져 있다.
작가는 경기도청에서 평생을 공직자로 봉직하며 7인의 도지사를 보필했고, 말단 9급에서 1급 관리관으로 명예퇴직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빛나는 경력을 자랑하지 않는다. 오히려 글 속에서는 그 모든 자리와 훈장조차 결국 ‘지나가는 것’이라 여긴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문장은 그의 삶이 외형이 아니라 내면으로, 세속이 아니라 영혼으로 수렴되어 왔음을 보여주는 진심의 고백이다.
이 수필의 미학은 바로 그 절제된 언어에 있다. 장식을 배제한 문장들은 투명한 감정의 결로 이어지며, 독자의 마음에 조용한 울림을 전한다. 작가는 후배들과의 나들이에서 ‘숨은 고수’들을 만나며 자신이 지닌 허울을 깨닫는다. 그들은 자랑하지 않되 묵묵히 삶을 감당하고, 앞에 나서지 않되 반드시 그 자리에 존재하는 이들이다. 작가는 그들에게서 향기를 맡는다. 명예도 직함도 없이 그저 살아온 자리에 스며든 사람의 향기. 그것이 진정한 삶의 무게이고 품격임을 느낀다.
이 수필은 무엇보다 자기 확신에서 벗어나려는 작가의 용기가 인상적이다. 그는 “나만 옳다”는 생각을 버리고, 타인의 말에 귀 기울이며, 자신을 성찰하려 한다. 이는 단순한 태도의 변화가 아니라, 인생철학의 전환이며 내면적 진화이다. 공직자의 길을 걷던 한 사람이 퇴직 후 ‘사람다운 사람’이 되기 위해 다시 자신을 길들이는 이 여정은, 향기로운 겸허함 그 자체다.
홍승표 작가는 삶의 가치란 ‘남을 감싸 안는 것’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그는 말보다 마음을, 업적보다 울림을 택한다. 기부와 봉사, 문학과 참여, 공직 이후에도 그 삶은 여전히 향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어린이재단, 적십자사, 평화통일 자문회의, 관광박람회 조직위원회 등에서 그는 이름 없이 일하며 묵묵히 사람들 곁에 머문다. 그것이 그가 선택한 또 다른 공직이며, 이 시대에 향기롭게 사는 법이다.
작품 「사람의 향기」는 독자들에게 한 인간이 어떻게 자신을 내려놓고 타인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수필은 공직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당신은 어떤 향기를 남기며 살고 있는가?” 홍승표 작가는 이 질문에 삶으로, 글로 답하고 있다.
그의 문장은 바람처럼 가볍고, 향처럼 오래간다. 그것이 곧 그의 사람됨이며, 그의 문학이다. 화려하지 않으되 오래 남고, 강하지 않으되 넓게 번지는 것. 그것이 바로 홍승표 작가가 평생 지켜온 삶의 미덕이며, 우리가 그의 글에서 느끼는 가장 깊은 ‘사람의 향기’다.
ㅡ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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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로 남으신 분께
한 독자가 드리는 진심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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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표 선생님,
당신의 수필 「사람의 향기」를 읽으며 조용히 눈시울을 적셨습니다. 격렬한 문장 하나 없이, 꾸밈없는 당신의 고백이 저의 가슴에 서서히 스며들어 마침내 향기로 남았습니다. 한 인간의 성찰이 이렇게 깊고 따뜻할 수 있다는 것을, 저는 선생님의 글을 통해 처음으로 실감했습니다.
공직자로서의 길을 묵묵히 걸어오신 삶의 궤적, 그 모든 영예와 수많은 표창 뒤에 숨어 있는 인간적인 고뇌와 겸손함에 저는 머리를 숙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성공'이라는 이름에 집착할 때, 선생님은 삶의 마지막에 이르러 비로소 ‘향기’라는 이름으로 남고자 하셨지요. 얼마나 고귀한 마무리인가요. 저는 그 말 한 마디에, 사람이 어떤 존재로 남아야 하는지 진심으로 배웠습니다.
선생님은 말단 9급 서기보에서 시작하여 마침내 1급 관리관으로 명예롭게 퇴임하셨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그 직급보다 더 높게 저를 감동시킨 건, 사람을 대하는 당신의 자세였습니다. 후배들과의 소박한 나들이에서조차 자신을 반성하고, 이름도 없는 이들 속에서 인생의 깊이를 배우신 그 마음. 저는 그 대목에서 책을 덮고 한참을 가슴에 손을 얹었습니다. 그렇게 자신의 허물을 먼저 들여다보는 분이 계시기에, 아직 세상은 따뜻하구나 하는 위안을 받았습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말, 얼마나 많이 들어온 문장인지요. 그러나 선생님의 입에서 나온 그 말은 달랐습니다. 그것은 모든 순간을 무게 있게 살았던 분의 언어였기에, 단순한 위로가 아닌 삶의 결론처럼 다가왔습니다. 명예도, 좌절도, 그 어떤 찬사도 결국은 흘러가는 것이며, 남는 것은 내 안에 담긴 향기뿐이라는 말씀. 선생님, 저는 그 문장을 수없이 되뇌며 스스로를 돌아보았습니다.
지금 나는 무슨 향기를 남기고 있는가?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될 것인가?
수필을 덮은 밤, 저는 어머니를 떠올렸습니다. 한평생 남을 챙기느라 자신을 뒤로 미뤘던 어머니의 손, 그 손에서도 어렴풋한 향기가 났습니다. 그 향기가 무엇이었는지 오래 몰랐는데, 이제는 알 것 같습니다. 그것은 선생님께서 말하신 사람의 향기였음을요. 당신의 글을 통해 그 오래된 냄새의 정체를, 마음 깊이 깨달은 밤이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감동이었던 건, 퇴임 후에도 여전히 ‘일하는 손’으로 살아가신다는 점이었습니다. 어린이재단, 적십자, 통일 자문회, 관광 박람회 조직까지, 그 어떤 자리든 향기를 흩날리듯 다녀가시고, 사람들을 위로하고 계셨지요. 그러한 삶이야말로 진짜 ‘봉사’이고 ‘리더십’이라는 것을, 저는 이 수필 한 편으로 배웠습니다. 그런 분의 글이라서 더 믿음이 가고, 가슴이 울립니다.
선생님, 저는 오늘도 당신의 수필을 책상머리에 올려두고 하루를 시작합니다. 나의 언행에 향기가 실릴 수 있을지, 나도 누군가에게 기쁨의 기억으로 남을 수 있을지를 묻습니다. 그리고 다시 다짐합니다. 나도 당신처럼, 내 생이 다할 때쯤엔 누군가에게 조용히 “그분은 좋은 향기가 났지요”라고 불리길 바란다고요.
이렇게 인생을, 사람을, 글을 통해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오늘 진심으로 한 사람을 존경하게 되었습니다. 그분은 위인전 속 인물이 아니라, 지금 제게 향기를 전해주신, 바로 당신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한 명의 가슴으로부터 존경을 드리는 독자
일산에서 이서연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