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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의 선생님은 종아리 때릴 힘도 없으시다.

그때 그 선생님의 미소



그때


갓 부임한

담임 선생님이

좋았다.

그냥 좋았다.


나뿐이 아니었다.

모든

남학생이

다 좋아했다.


남학생뿐만이 아니었다.

우리

3학년 2반 모든 학생이

다 좋아했다.







한 뼘의

작은

손바닥이

큰 하늘을 가리려 할 때,


그 거대함 앞에

우리의 존재는

얼마나

보잘것없는지 느낄 수 있다.


그 한 뼘의 손바닥에

담긴

의미는 하늘의 끝없는 별들보다도

더 깊고

무한하다.


우리의 마음속에

간직한 추억이나 감정은

그런 것이다.

어린 시절의 기억 중

가장

선명하게 떠오르는 것은

함께 보냈던 순간들,


특히

나의 옛 초등학교

선생님,

친구들과 함께한 시간들이다.


그때의

웃음소리,

장난치던 모습,


여학생

고무줄 끊고 도망가다가

돌부리에 걸려

엎어져

콧잔등 깨진 일,


숙제 안 해와서

복도에

무릎 꿇고 손들고

벌 받던 모습,


그 모든 것이

지금의 나에게는 소중한 보물과 같다.

특히

갓 부임해 오신

담임 선생님의 얼굴을 떠올리면,


그 손끝에 그리움이 새어 나온다.

그리운 마음은

언제나

그렇듯 손끝에서 시작되어

가슴까지 이어진다.


그리움의 무게를 이길 수 없어,

눈을 감는 순간,

그때의 순수한 모습들이 떠오른다.

그리움 앞에서

부끄러운 미소를 짓게 된다.


그 미소는

지금

여기

이 자리에서 느끼는

감정의 깊이를 알려준다.


그것은

애잔하고,

동시에 아름다운 감정이다.


어린 시절의

순수함을 잃어버린 성인이 되어도,

그 기억과

감정은 영원히 마음속에

남아 있다.

지금,

이 순간도

언젠가는 그리울 추억이 될 것이다.


그래서

더욱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다.

그 추억들이

모여 하나의 큰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것이

바로 인생이 아닐까?


그렇기에

한 뼘의

작은 손바닥으로

큰 하늘을 가릴 수 있는


감정의 깊이를


오늘도

간직하며

살아간다.





그때

선생님을


나도

선생이 되어


수십 년 만에

만났다.


자애로운

눈빛과


맑은

미소는

여전하시다.


허나

이리도

작아 보이시는지,


이제

회초리를 들고

종아리 때릴 힘도

없으시다.


아,

나의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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