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나의 선생님은 종아리 때릴 힘도 없으시다.
그때 그 선생님의 미소
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Aug 16. 2023
그때
갓 부임한
담임 선생님이
좋았다.
그냥 좋았다.
나뿐이 아니었다.
모든
남학생이
다 좋아했다.
남학생뿐만이 아니었다.
우리
3학년 2반 모든 학생이
다 좋아했다.
ㅡ
한 뼘의
작은
손바닥이
큰 하늘을 가리려 할 때,
그 거대함 앞에
우리의 존재는
얼마나
보잘것없는지 느낄 수 있다.
그 한 뼘의 손바닥에
담긴
의미는 하늘의 끝없는 별들보다도
더 깊고
무한하다.
우리의 마음속에
간직한 추억이나 감정은
그런 것이다.
어린 시절의 기억 중
가장
선명하게 떠오르는 것은
함께 보냈던 순간들,
특히
나의 옛 초등학교
선생님,
친구들과 함께한 시간들이다.
그때의
웃음소리,
장난치던 모습,
여학생
고무줄 끊고 도망가다가
돌부리에 걸려
엎어져
콧잔등 깨진 일,
숙제 안 해와서
복도에
무릎 꿇고 손들고
벌 받던 모습,
그 모든 것이
지금의 나에게는 소중한 보물과 같다.
특히
갓 부임해 오신
담임 선생님의 얼굴을 떠올리면,
그 손끝에 그리움이 새어 나온다.
그리운 마음은
언제나
그렇듯 손끝에서 시작되어
가슴까지 이어진다.
그리움의 무게를 이길 수 없어,
눈을 감는 순간,
그때의 순수한 모습들이 떠오른다.
그리움 앞에서
부끄러운 미소를 짓게 된다.
그 미소는
지금
여기
이 자리에서 느끼는
감정의 깊이를 알려준다.
그것은
애잔하고,
동시에 아름다운 감정이다.
어린 시절의
순수함을 잃어버린 성인이 되어도,
그 기억과
감정은 영원히 마음속에
남아 있다.
지금,
이 순간도
언젠가는 그리울 추억이 될 것이다.
그래서
더욱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다.
그 추억들이
모여 하나의 큰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것이
바로 인생이 아닐까?
그렇기에
한 뼘의
작은 손바닥으로
큰 하늘을 가릴 수 있는
그
감정의 깊이를
오늘도
간직하며
살아간다.
ㅡ
그때
그
선생님을
나도
선생이 되어
수십 년 만에
만났다.
자애로운
눈빛과
맑은
미소는
여전하시다.
허나
왜
이리도
작아 보이시는지,
이제
회초리를 들고
종아리 때릴 힘도
없으시다.
아,
나의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