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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나의 이름 석 자를 버겁게 안고 있다

나무는 덕을 지녔다.



덕을 지닌

사람을

칭송한다.


어느 *작가는

나무도

덕을 지니고 있다고

했다.


항상

자리에 서있다.


바람

구름이

맘껏

쉬었다 가도록

배려한다.





입추의

발걸음이

숲길을 밟으면서,


오래된 나무들은

고요하게

그 시간의 흐름을 지켜 본다.


나무들은

계절의 변화를 맞이하며,

자신의 존재를

고요하게

굽히지 않는다.

나무는

그저

한 곳에

서 있을 뿐인데,


그 안에서는

얼마나

많은 이야기와 시간이 흘렀는지

우리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나무의 주름진 피부와

상처 자국은

과거의 풍토와 날씨,

세월의 흔적을 담고 있다.


그 나무의 고단했던

시간들은

우리에게 그늘을 제공하는

선물이 된다.

한 *시인은

그러한 나무의 삶을 보며

자신의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을 한다.


길게 뻗어진 나무의 가지와

그 아래에서

쉬어가는 길손들은,

그림자처럼

조용하게 다가와 편안함을 주는 것처럼,

시인도

자신의 삶을 통해

누군가에게 위안이나 희망을 주고자 한다.

'길손의 그늘이라도 되어 주고 싶다'라는

시인의

이 한 마디는,

그저

편안하고 쉬운 삶을 원하지 않고,

어려움 속에서도

누군가에게 힘이 되고자 하는 진심을 담고 있다.


그것은

나무가

세월의 흔적을 담으면서도

그늘로서

길손에게 편안함을 주려는 것과

같은 마음이다.

우리는

나무처럼 세월의 흔적과 상처를

담을 것이다.


그러나

그 흔적 속에서도

누군가에게는

그늘이 되어주는 존재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을

깨닫는다면,


우리는

자신의 삶의 가치와 의미를

더욱 깊게

이해하게 될 것이다.







미안하다!

생각할수록

미안하다.


나무에게

사과한다.


어린 시절

나무 허리에

내 이름

'김왕식'

석 자를 새겼다.


살을 에이는

고통,


얼마나

아팠을까?


지금도

고향 집

뜰 앞


늙은 나무는

김왕식을

크게 키


부끄러운

나의

커진 이름을


버겁게

안고 있다.






* 어느 작가 ; 이양하 수필가

* 한 시인 ; 김남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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