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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보다 침묵이 더 많은 것을 말할 때

김왕식




제27화.



말보다 침묵이 더 많은 것을 말할 때




청람 김왕식




“말은 멀리 데려가지만, 침묵은 곁에 머무르게 한다.”

우리는 대화를 통해 가까워진다고 믿는다. 그러나 마음공부는 가끔 그 반대를 이야기한다. 말이 너무 많아질수록 오히려 진심은 멀어지고, 침묵 속에 더 많은 울림이 숨어 있을 때가 있다.

말로 다 설명하려 하면, 마음은 자꾸 흐려진다. 상처받을까 봐 덧붙인 말, 오해를 피하려는 설명, 진심보다 앞선 입술. 그럴수록 정작 전하고 싶은 마음은 점점 그늘에 숨는다.

마음을 진짜 전하고 싶을 때는 외려 조용해져야 한다. 눈빛 하나, 머뭇거리는 손끝, 함께 마시는 찻잔의 따뜻함. 그 침묵 안에서 상대는 ‘말’보다 ‘마음’을 읽는다. 그리고 그 마음이, 말보다 훨씬 멀리 가닿는다.

침묵은 무능함이 아니라, 신뢰다. 말하지 않아도 믿는 마음, 설명하지 않아도 이해하려는 마음. 그것은 말보다 훨씬 용기가 필요하다. 침묵 속에 머무는 사람은 타인을 가르치려 하지 않고, 그저 그 곁에 머무를 줄 안다.

마음공부는 그렇게 말의 수를 줄이며 시작된다. 많은 말을 준비할수록 진심은 작아지고, 말이 적을수록 오히려 마음은 선명해진다. 침묵을 두려워하지 않고, 그 정적 속에 함께 머무는 사람. 그 사람이 곁에 있을 때, 삶은 조용히 안정된다.

“말은 끝나지만, 침묵은 오래 남는다.”

그 남은 침묵 하나가 누군가의 가슴에 오래 머물고, 위로가 되고, 때론 사랑이 된다. 침묵은 아무것도 말하지 않지만, 진짜로 필요한 말은 그 안에 이미 다 들어 있다.

ㅡ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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