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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있어도 홀로 설 수 있어야 한다

김왕식








제26화.


함께 있어도 홀로 설 수 있어야 한다


청람 김왕식





“진짜 가까운 사람은 나를 붙잡지 않고, 내가 설 수 있게 해 준다.”


사람은 관계 안에서 살아간다. 가족, 친구, 연인, 동료. 누군가와 함께 있다는 건 위로이자 기쁨이지만, 그 안에서 자칫 자신을 놓치기 쉽다. 그래서 마음공부는 관계를 맺을 때마다 묻는다. “나는 지금 함께 있으면서도, 나답게 서 있는가?”


누군가에게 의지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의지가 집착이 되고, 애정이 기대가 되면, 그 순간 우리는 타인의 그림자 속에서 스스로를 잃는다. 좋은 관계란 서로가 서로의 기둥이 되려 하지 않고, 각자의 뿌리를 깊이 내려 심는 일이다.


홀로 선다는 것은 외롭거나 차가운 것이 아니다. 그것은 상대가 없어도 무너지지 않는 마음의 중심을 갖는 일이다. 함께 있어도 각자의 세계가 무너지지 않고, 침묵 속에서도 존재가 묵묵히 함께 머무는 것. 거기엔 오히려 더 깊은 신뢰가 흐른다.


홀로 설 수 있어야 함께하는 순간도 더 따뜻하다. 내가 온전히 서 있을 때, 상대도 부담 없이 자기 삶을 살아낼 수 있다. 그 거리는 멀어 보이지만, 사실 가장 가까운 거리다. 서로를 가두지 않고도 머무를 수 있는 온기. 그것이 비움이 만들어주는 관계의 공간이다.


비운다는 건, 나를 약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내 감정과 타인의 감정을 구분할 줄 아는 힘을 기르는 것이다. 상대의 불안이 나를 삼키지 않게 하고, 내 외로움이 상대를 붙들지 않게 하는 것. 그렇게 우리는 관계 속에서 자유로워지고, 홀로서기 속에서 더 깊이 연결된다.


“진짜 사랑은 서로를 붙잡지 않고, 서로의 뿌리를 지켜주는 일이다.”


함께 있어도 홀로 설 수 있는 사람, 그 사람이 진정 사람 곁에 머물 수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 자리에 설 때, 관계는 더 이상 기대가 아닌 고요한 동행이 된다.



ㅡ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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