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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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솔길
주광일 시인
이른 새벽 오솔길을 달랑 나 홀로 걷는다.
소리 없는 나의 기도가 혼자 남은 별을 향한다.
나 혼자라서 더 좋은 이 순간
나에게 꼭 필요한 것은 오직 주님의 위로뿐.
나는 허기에 지쳐버린 방랑객처럼
침묵보다 더 깊은 간절함 속으로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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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광일 시인의 시 '오솔길'
ㅡ신은 말 많은 자가 아니라, 가장 조용한 자의 마음에 들린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오솔길'은 주광일 시인의 시 가운데서도
가장 고요한 결의가 스며 있는 작품이다.
이 시에서 그는 풍경도, 감정도 미세하게 줄인다.
모든 장식이 사라지고
결국 남는 것은 한 줄기 길,
혼자 걷는 발자국, 그리고 말 없는 기도뿐이다.
“이른 새벽 오솔길을 달랑 나 홀로 걷는다.”
이 첫 구절은 풍경이 아니라 상태다.
‘이른 새벽’, ‘오솔길’, ‘나 홀로’
이 세 개의 단어는 외로움이 아닌, 의식된 고독을 말한다.
그것은 세상을 등졌기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 더 깊은 곳으로 향하기 위해 내려놓은 군더더기다.
“소리 없는 나의 기도가 / 혼자 남은 별을 향한다.”
이 대목은 시의 심장이다.
기도는 소리 없이 올라가고,
그 기도는 ‘가장 늦게까지 꺼지지 않은 별’에 닿는다.
이 구절에서 ‘혼자 남은 별’은
단지 밤하늘의 잔광이 아니라,
시인이 끝끝내 붙잡고 있는 희망의 극점이다.
그 별은 누군가의 이름일 수도,
믿음의 마지막 등불일 수도 있다.
“나에게 꼭 필요한 것은 오직 주님의 위로뿐.”
이 문장은 선언이 아니다.
눈물도, 격정도 없다.
그저 조용한 받아들임이다.
시인은 다른 것들을 다 치운다.
그리고 남은 하나의 소원, 하나의 빛만을 바라본다.
그것은 절박함이 아니라 순수함에서 비롯된 절제된 요청이다.
“침묵보다 더 깊은 간절함 속으로 / 빠져든다.”
이 마지막 구절은
무언의 기도가 이끄는 가장 깊은 신의 방이다.
침묵이 아니라,
침묵조차 삼켜버린 ‘어떤 말도 닿지 않는 차원의 간절함’.
그것이 이 시의 종착점이다.
그리고 시인은 거기 도달한다.
말하지 않고도 전해지는 믿음,
아무 말 없어도 채워지는 위로의 순간.
□
'오솔길'은
종교적 체험이 아니라,
삶을 통과한 한 존재가 결국 말보다 조용한 기도로 환원되는 지점을 보여준다.
기도는 특정 종교의 언어가 아니라,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투명한 마음으로 드리는 응시라는 것을
이 시는 고요히 증명한다.
오솔길을 걷는 자는
혼자이지만 고립되지 않는다.
그는 말없이 빛을 본다.
기도하지 않으면 무너질 것 같아서가 아니라,
기도하는 것이 존재의 본질임을 알기에
그는 걸으며,
기도한다.
ㅡ 청람
□ 주광일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