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박옥위 시조시인
□ 박옥위 시조집 총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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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상절리 오딧세이
시인 박옥위
실패의 탑신 하나 별밤에 눈을 뜬다
차가운 눈물기둥 바닷가에 쏟아놓고
절규는 파도로 남아 바위 들국화 피운다
무심코 굴러가는 바위가 있겠는가
아람 찬 생의 설계를 쏟뜨려 던져둔 채
잠적한 신의 모습이 인간을 닮아 있다
태산 같은 고통이면 태산을 오르라고
높고 낮은 골짜기 붉고 푸른 생의 거리
절망이 깊고 푸르러 울음 기둥 우뚝 선다
누가 이 밤 태어나고 문득 생을 여윈다
적벽에 박힌 고리 우주 속 낙점 하나
절경은 푸른 침묵이구나, 기쁨이 서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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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옥위 시인의 삶과 시학의 미의식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박옥위 시조시인의 대표작 〈주상절리 오딧세이〉는 자연의 절경을 배경 삼아 인간의 실존을 탐구하고, 고통을 미학으로 전환시키는 시학을 정점에서 보여주는 작품이라 하겠다. 주상절리라는 웅장한 자연의 형상은 단순한 지질학적 기둥이 아니라, 인간의 생애를 떠받치는 눈물기둥이며, 신의 침묵을 닮은 실존적 상징으로 변모한다.
박옥위 시인은 반세기를 넘는 창작과 교육의 길에서 시조라는 장르를 삶의 구심점으로 삼았다. “시조란 내 아픔을 치유시키는 사랑”이라 말한 그의 고백은 문학을 치유와 구원의 통로로 삼는 철학을 드러낸다. 그는 세속적 화려함보다는 고통 속에서 움트는 꽃과 같은 가치를 추구했고, 덧없음을 알기에 더욱 시조를 사랑했다. Memento Mori라는 잠언을 평생의 좌표로 삼아 죽음을 기억하며, 삶을 아름다운 꿈으로 피워내려는 태도는 곧 작품 세계 전체를 지탱하는 근본이다.
〈주상절리 오딧세이〉는 네 단락으로 이어지며, 각각은 인간의 고통과 존재의 의미를 자연에 투영한다.
첫 연에서 주상절리는 “실패의 탑신”으로 선다. 이는 단순한 돌기둥이 아니라 좌절의 누적된 형상이자, 바닷가에 쏟아놓은 눈물의 응결체다. 그러나 그 눈물은 파도로, 다시 들국화로 피어난다. 절망을 생명으로 환원하는 시적 변용이다.
둘째 연에서 바위는 무심히 굴러가는 존재가 아니다. “잠적한 신의 모습”이 인간과 닮아 있다는 시인의 통찰은, 신의 부재조차 인간의 내면에서 재발견되는 역설을 드러낸다. 이는 허무가 아니라, 인간이 스스로 운명의 주체가 되어야 함을 일깨우는 철학적 메시지다.
셋째 연에서 시인은 고통을 극복하는 방식을 제시한다. “태산 같은 고통이면 태산을 오르라”는 구절은 단순한 비유를 넘어 삶의 선언이자 좌우명처럼 울린다. 고통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정면으로 맞서며, 그 과정에서 인간의 존엄은 더욱 견고해진다.
마지막 연은 존재의 탄생과 소멸, 그리고 우주적 차원으로의 확장을 보여준다. “적벽에 박힌 고리 우주 속 낙점 하나”라는 이미지는 인간 존재의 미소함을 드러내면서도, 그 미소함이 외려 우주적 의미로 승화됨을 드러낸다. 절경 앞에서 체험하는 서늘한 기쁨은, 죽음을 기억하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성찰의 감정이다.
박옥위 작가의 시조의 미학은 고통과 아름다움의 역설적 공존에 있다. 시인은 눈물과 절규를 들국화로 피워내고, 절망의 기둥을 서늘한 기쁨으로 승화시킨다. 그의 시어는 전통 시조의 간결한 형식 안에서 현대적 실존의 긴장을 담아내며, 상징과 은유가 촘촘히 결합되어 있다. “절규는 파도로 남아 바위 들국화 피운다”는 문장은 바로 그러한 미의식의 정수다. 직설과 은유가 결합된 강렬한 언어가 독자에게 심연의 울림을 안겨준다.
박옥위 시인은 한국 현대 시조문학에서 전통과 현대를 가로지르는 독자적 자리를 구축했다. 교직과 문학 단체 활동을 병행하며 지역 문학을 지탱한 그는, 시조를 단순한 장르적 유산이 아니라 동시대적 사유의 그릇으로 확장시켰다. 그의 시학은 화려한 기교보다는 정직한 고통과 성찰의 언어를 택했으며, 그 속에서 인간의 존엄과 삶의 의지를 드러냈다. 이로써 그는 “전통의 현대화”라는 한국 시조문학의 중요한 과제를 충실히 수행한 시인으로 평가된다.
〈주상절리 오딧세이〉는 거대한 자연을 통해 인간의 절망과 희망을 동시에 노래한다. 시인은 고통을 피하지 않고, 그 고통 속에 기둥을 세워 절망을 초월한다. 그의 작품은 결국 우리에게 이렇게 속삭인다.
“삶은 덧없으나, 덧없음 속에서 더욱 깊이 사랑하고, 고통이 태산 같거든 태산을 오르라. 그곳에서 푸른 침묵의 기쁨을 만나리라.”
이 시와 그의 문학은, 죽음을 기억하며 아름다운 꿈을 꾸라는 메멘토 모리의 지혜를 시조라는 형식에 새겨 넣은 한 생애의 결정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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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옥위 시인의 시조는 전통의 정형성과 현대의 실존 의식을 결합해, 시조가 여전히 오늘의 독자에게 생생한 울림을 줄 수 있음을 증명한다. 그의 작품은 지역과 향토의 울타리를 넘어, 보편적 인간의 문제 ― 실패, 절망, 고통, 그리고 희망 ― 을 담아낸다. 그는 시조가 박물관 속의 유물이 아니라, 지금도 살아 있는 예술임을 실천적으로 보여주었다.
〈주상절리 오딧세이〉는 인간의 실패와 절망을 주상절리의 기둥에 새겨 넣고, 그 고통을 서늘한 기쁨으로 바꾸어내는 시다. 시인은 우리에게 이렇게 속삭인다.
“삶은 덧없다. 그러나 덧없음 속에서 더욱 시조를 사랑하라. 고통이 태산 같거든 태산을 오르라. 그곳에서 푸른 침묵의 기쁨을 만나리라.”
이 시조는 단순한 자연의 노래가 아니다. 그것은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피워내는 인간 정신의 오딧세이이며, 시인이 남긴 깊은 영혼의 자취다.
ㅡ 청람
□ 박옥위 시조시인 작품 원문
□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