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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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한 사람의 존재는 본래 하나의 별빛과 같다. 저마다 고유한 궤도를 그리며 저녁 하늘을 수놓는다. 그러나 누군가의 빛과 나의 빛을 견주기 시작하는 순간, 그 별빛은 자신의 광휘를 잃고 남의 궤도를 따라 도는 위성으로 전락한다. 스스로를 중심에 세우지 못한 채, 남의 눈길에 흔들리고 남의 기준에 매달리는 삶은 바람 앞에 흩날리는 얇은 종잇장과도 같다. 그 종잇장은 언제나 남이 불어주는 방향으로만 움직이고, 스스로 펼쳐질 힘을 잃는다.
남과 비교하는 삶은 거울을 들여다보되, 정작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지 못하는 것과 같다. 거울 속에는 타인의 형상만 가득 차 있고, 그 속에서 나의 눈빛은 점점 사라진다. 웃음을 지어도 그것은 내 마음의 빛깔이 아니라, 남의 표정을 흉내 낸 가면에 불과하다. 그렇게 살다 보면, 언젠가 자기 자신에게조차 고개를 들지 못한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 앞에서, 부끄럽고 미안한 자화상만 남는다.
더 큰 아이러니는 그 왜곡된 그림자가 남의 눈에도 그대로 비친다는 사실이다. 스스로를 형편없다 여기면, 타인도 역시 그렇게 본다. 내가 내 존재를 홀대할 때, 세상은 나를 존중하지 않는다. 결국 비교의 삶은 남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나를 잃는 길이다. 강물 위에 떠다니는 나뭇잎처럼, 한순간의 흐름에 흔들리고 휘둘릴 뿐이다. 그러나 나무의 뿌리는 바람 앞에서도 꺾이지 않는다. 뿌리가 제 안에 깊이 박혀 있기 때문이다. 자존 또한 마찬가지다. 타인의 평가와 시선이 아니라, 자기 존재의 뿌리에서 흘러나온다.
삶의 중심을 잃은 사람은 늘 남의 발걸음을 따라 걷는다. 자기 안의 중심을 세운 사람은 굳이 남과의 경주를 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의 걸음으로 길을 빚어낸다. 그 길 위에서는 비교가 사라지고, 존재의 고유한 빛만이 남는다. 바람이 스쳐도 흔들리지 않는 촛불처럼, 자기 안의 중심을 붙든 사람은 어둠 속에서도 당당하다.
오늘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남의 궤도를 도는 위성으로 살 것인가, 아니면 스스로의 빛을 지닌 별로 설 것인가. 비교의 삶은 늘 초라하다. 자존의 삶은 그 자체로 고귀하다. 남의 시선은 스쳐 지나가는 바람일 뿐, 내 존재의 가치는 결코 그것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스스로에게 미안하지 않으려면, 이제는 내 안의 뿌리를 깊게 내려야 한다. 남보다 나아지려는 욕망이 아니라, 나 자신을 잃지 않으려는 의지가 자존을 지켜낸다.
오늘부터라도 타인의 그림자를 좇는 일을 멈추어야 한다. 남의 기준이 아닌 내 삶의 본령을 붙들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자신을 향한 가장 단단한 존중이며, 세상을 향한 가장 고귀한 선언이다. 삶은 남이 정해주는 무대가 아니다. 나만의 화선지가 눈앞에 펼쳐져 있다. 남의 색을 덧칠하지 말고, 내 고유의 붓끝으로 힘차게 선을 그려 넣어야 한다. 그 순간, 존재는 다시 중심을 회복하고, 나라는 별은 제 궤도를 따라 빛나게 될 것이다.
ㅡ 청람 김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