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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득 찬 그릇엔 아무것도 더 담을 수 없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가득 찬 그릇엔 아무것도 더 담을 수 없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우리는 자라기 위해 끊임없이 채우려 한다. 지식도, 경험도, 인간관계도. 더 많이 보고, 듣고, 배우는 것이 곧 성장이라 여긴다. 그러나 마음공부는 다르게 말한다. 진짜 성장은 ‘덜어내는 데서 시작된다’고.

많이 안다고 성숙한 것은 아니다. 많은 것을 해봤다고 깊어지는 것도 아니다. 외려 무언가를 많이 쌓은 사람일수록, 그 안에 불필요한 자의식과 과시, 비교와 욕망도 함께 축적되어 있기 쉽다.

그래서 성장은 채움보다 비움의 기술이 필요하다. 불필요한 말을 줄이고, 과도한 반응을 멈추고, 나의 고집과 집착을 하나씩 덜어내는 일. 그 과정을 통해 우리는 점점 더 단순하고 투명한 사람으로 나아간다.

비운다는 건 비워진 채로 남아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공간을 여는 일이다. 내가 옳다는 생각을 비워야 타인의 이야기가 들리고, 내가 쥐고 있는 감정을 내려놓아야 관계가 다시 흐른다.

성장은 외적인 크기가 아니라, 내면의 여백이 넓어지는 것이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고요, 받아들일 수 있는 다양성, 바라볼 수 있는 깊이. 이 모든 것은 비움을 통해 만들어진다.

“깊은 강물일수록 소리 없이 흐른다.”

그런 사람은 자랑하지 않는다. 설명하지 않는다.

다만 조용히, 단단하게, 그 자리에 머무른다. 그 침묵과 여백이 바로 ‘자란 사람’의 가장 분명한 징표다.


ㅡ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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