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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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장의 울림
마음에서 흘러나간 한 생각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그것은 보이지 않는 물결이 되어 퍼져나가고, 그 물결은 끝내 되돌아와 마음의 주인을 감싼다. 파장은 잠시의 울림이 아니라 삶 전체를 이어주는 보이지 않는 선율이다.
사람이 미소를 지으면 그 미소는 공기를 타고 다른 이의 얼굴에 옮겨 붙는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자신의 얼굴에 돌아온다. 한마디 따뜻한 말은 들은 이의 가슴을 채우고, 그 가슴에서 또 다른 말이 되어 흘러나와 결국 다시 자신에게 닿는다. 이와 같은 파장은 단순한 감정의 왕복이 아니라, 삶을 이루는 가장 은밀한 순환이다.
차가운 마음도 물결을 만든다. 무심히 던진 말 한마디가 상대의 마음을 다치게 하고, 그 상처에서 흘러나온 파장이 둥근 길을 돌아 다시 자신을 아프게 한다. 작은 오해가 분노로 커지고, 분노의 파장이 불안을 불러, 불안이 결국 자신을 무너뜨린다. 세상은 바람 없는 방이 아니다. 내보낸 울림은 반드시 되돌아온다.
파장은 곧 인연의 모양을 결정한다. 맑은 파장은 맑은 인연을 부르고, 어두운 파장은 어두운 인연을 불러온다. 인연의 끈은 억지로 잡아당길 수 없고, 그 끈은 마음의 울림에 따라 스스로 다가온다. 그래서 사람은 끊임없이 묻는다. 지금 내 마음이 낸 울림은 어떤 모양으로 돌아올 것인가.
파장은 소리를 닮았다. 울림을 낸 이는 잊었더라도, 메아리는 기억하여 되돌려준다. 숲 속에서 외친 목소리가 되돌아오듯, 마음에서 낸 울림은 반드시 되돌아온다. 그때의 메아리는 크기도 달라지고, 색도 달라진다. 작게 내뱉은 말이 크게 부풀려 돌아오기도 하고, 무심히 낸 생각이 커다란 사건이 되어 돌아오기도 한다.
삶이란 결국 울림의 되돌아옴을 맞이하는 노정이다. 오늘의 울림이 내일을 만들고, 지금의 마음이 훗날의 자리를 만든다. 마음을 다스리는 일은 곧 울림을 가다듬는 일이다. 내가 낸 울림이 언젠가 돌아온다는 것을 잊지 않을 때, 한마디 말도, 한 번의 표정도 가볍게 흘려보내지 않는다.
다른 이의 울림 속에 내가 있다. 내가 낸 파장이 다른 이의 삶에 스며들고, 그 삶에서 다시 파장이 생겨 되돌아온다. 사람과 사람은 이렇게 얽혀 있다. 세상은 보이지 않는 물결로 이어져 있고, 그 물결이 흘러 서로의 가슴을 건드린다.
“내가 낸 울림은 반드시 내게 돌아온다.”
ㅡ청람 김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