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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오늘




오늘은 처음 살아보는 날이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삶은 이미 새로운 가능성 위에 놓여 있다. 어제의 상처와 실수는 더 이상 내 어깨 위에 얹을 짐이 아니다. 그것을 오늘의 캔버스에 덧칠하면, 희망은 금세 탁해지고 만다. 내일은 아직 오지 않았다. 내일을 향해 미리 두려움과 걱정을 키우는 것은, 없는 그림자를 붙잡고 허공에서 몸부림치는 일에 지나지 않는다.

삶이 힘겹다고 느끼는 사람은 흔히 과거의 그림자와 미래의 불안을 동시에 짊어진다. 그러니 오늘은 희미해지고, 지금은 비워진다. 진실은 단순하다. 삶은 언제나 지금 이 순간에만 존재한다. 오늘이야말로 새로운 출발선이고, 오늘의 한 걸음이 내일을 바꾼다. 지금 내가 그리는 선 하나가 내 인생의 전체 그림을 바꾸어 놓을 수도 있다.

자존감이 무너져 매일을 부정적으로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당신이 지니고 있는 가치는 어제의 실패에도, 내일의 불확실성에도 줄어들지 않는다. 존재하는 것 자체가 이미 소중하다. 어둠 속에서 촛불 하나가 방을 밝히듯, 당신의 오늘은 다시 빛날 수 있다.
"나는 무가치하다"는 생각은 허상일 뿐이다. 그 허상을 붙잡고 있는 동안만 스스로 어두워지는 것이다.

오늘은 새 종이 한 장이다. 아무도 그리지 않은, 깨끗한 화선지가 눈앞에 놓여 있다. 어제의 낙서나 얼룩을 가져와 덧칠할 필요가 없다. 내일의 그림을 미리 그리며 불안에 흔들릴 이유도 없다. 오늘은 지금 내 손끝에서 시작된다. 희망의 붓을 쥐고 선명한 선을 긋는 순간, 삶은 달라진다.

삶은 단순하다.
오늘을 살아내는 사람에게만 내일이 주어진다. 죽음을 앞둔 자가 병상에서 깨닫는 것도 결국 ‘오늘’의 가치다. 살아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아직 무언가를 바꿀 수 있다. 그러니 고개를 들어라. 깊은 어둠도 한 줄기 빛을 막을 수 없다. 당신이 지금 그 빛이 될 수 있다.

오늘만큼은 어제의 흠결을 놓아주고, 내일의 그림자를 불태워버려라. 눈앞의 화선지에 당신만의 소망을 그려 넣어라. 희망은 멀리 있지 않다. 바로 지금, 당신이 그려 넣는 붓끝에서 시작된다. 오늘이야말로 다시 태어나는 날이다.



ㅡ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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