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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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무게는 감정의 폭발로 가벼워지지 않는다.
사람은 본래 감정의 존재다. 기쁨과 분노, 슬픔과 두려움은 인간을 풍요롭게 하지만, 동시에 우리를 쉽게 흔들기도 한다. 순간의 감정에 끌려 행동하면 후회가 뒤따른다. 성숙한 삶은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이성적으로 행동하는 데서 시작된다.
감정적 행동은 빠르지만 얕다. 순간의 분노가 불꽃처럼 치솟아 말로 터져 나오고, 즉흥적인 기쁨이 과도한 선택을 이끌기도 한다. 이 감정은 금세 사라진다. 남는 것은 그때 던진 말과 선택의 결과다. 이성은 느려 보이지만 깊다. 한 번 더 생각하고, 상황을 바라보고, 나와 타인의 관계까지 고려한다. 그 결과는 단단하고 오래 남는다.
감정은 거짓이 아니지만, 늘 옳은 것도 아니다. 감정은 개인의 경험과 기질, 순간의 상황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이성은 감정을 조율하며, 사실과 원칙을 기준 삼는다. 이성적으로 행동한다는 것은 감정을 억누르라는 뜻이 아니다. 외려 감정을 인식하되, 그것이 나를 지배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이성적인 행동은 관계를 지킨다. 분노를 그대로 쏟아내면 상대의 마음은 상처 입고, 작은 갈등이 큰 불화로 번진다. 잠시 감정을 가라앉히고 이성적으로 대응하면 갈등은 줄어들고, 신뢰가 쌓인다. 이성은 다툼을 줄이는 방패이고, 감정은 다툼을 키우는 불씨다.
또한 이성적인 행동은 삶의 균형을 지킨다. 감정에 휘둘릴 때 삶은 극단으로 흐른다. 기쁨에 취해 경솔해지고, 분노에 휩싸여 무너진다. 이성은 중용을 지킨다. 한쪽으로 기울지 않고, 중심을 잡으며 삶을 오래도록 단단하게 한다.
역사를 보아도 감정적 결단은 대개 파국으로 이어졌다. 전쟁과 갈등의 많은 원인은 순간의 분노와 자존심에서 비롯되었다.
반면, 위기를 이성적으로 다스린 지도자는 평화와 성취를 남겼다. 순간의 감정을 넘어서는 이성의 힘이야말로 공동체를 지탱하는 힘이었다.
오늘 우리의 삶에서도 감정과 이성의 갈림길은 늘 존재한다. 직장에서의 불공정, 가족 간의 오해, 일상에서의 불친절 앞에서 우리는 쉽게 감정적으로 반응하고 싶어진다. 잠시 멈추고 이성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이 결국 관계를 지키고, 상황을 바꾼다.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쉽다. 이성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어렵다. 그것은 자기 절제와 성찰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어려움이 곧 성숙이다. 감정에 끌리지 않고 이성적으로 행동할 때, 우리는 자기 삶의 주인이 된다.
삶의 무게는 감정의 폭발로 가벼워지지 않는다. 이성적 행동이 삶을 깊고 단단하게 만든다. 감정은 순간을 불태우지만, 이성은 시간을 지킨다. 우리는 언제나 감정을 의식하면서도, 행동은 이성에 맡겨야 한다.
요컨대, 성숙한 삶이란 감정적이지 않고 이성적으로 행동하는 삶이다. 그것이 관계를 지키고, 내 삶을 단단히 세우며, 세상 속에서 존중받게 만든다. 감정은 삶을 풍요롭게 하지만, 이성이 삶을 이끈다. 이 둘의 균형 속에서 인간은 비로소 자유롭다.
ㅡ청람 김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