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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던지지 말고 건네야 한다 ㅡ청람 김왕식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말을 던지지 말고 건네야 한다





말은 화살처럼 쏠 수도 있고, 꽃처럼 건넬 수도 있다. 같은 말이라도 어떻게 전하느냐에 따라 상대의 마음에 전혀 다른 흔적을 남긴다. 화살처럼 쏜 말은 상처가 되고, 꽃처럼 건넨 말은 위로가 된다. 지혜로운 사람은 말을 던지지 않고 건넨다.

말을 던지는 태도에는 성급함이 있다. 내 감정과 생각을 먼저 쏟아내려는 마음, 상대를 배려하기보다 내 의도를 관철하려는 욕구가 담겨 있다. 던져진 말은 대개 날카롭고, 받아내는 사람을 방어적으로 만든다. 상대는 내용을 듣기보다 공격으로 받아들이고, 관계는 불편해진다.

반면, 말을 건넨다는 것은 배려다. 내 말이 상대의 마음에 닿을 수 있도록 조심스레 다루는 태도다. 건네는 말은 다정하고, 상대를 존중한다. 같은 비판이라도 던지면 상처가 되고, 건네면 조언이 된다. 결국 관계를 지키는 힘은 말의 내용이 아니라 전달 방식에서 나온다.

말을 던지는 습관은 관계를 피곤하게 한다. 작은 불만도 날카롭게 던지면 불씨가 되고, 사소한 지적도 공격처럼 들린다. 말을 건네는 태도는 관계를 부드럽게 한다. 같은 사실을 전해도 차분하게 건네면 상대는 열린 마음으로 듣는다. 건네는 말은 상대의 마음에 스며들고, 던지는 말은 마음에 꽂힌다.

역사를 돌아보면, 큰 변화를 만든 말들은 던져지지 않았다. 그것들은 다정히 건네졌다. 링컨의 연설, 간디의 호소, 마틴 루터 킹의 외침은 결연했지만, 동시에 인간을 존중하는 어조였다. 그들의 말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이유는 화살이 아니라 손길처럼 다가왔기 때문이다.

오늘 우리의 일상에서도 이 원칙은 중요하다. 직장에서의 지시, 가정에서의 대화, 친구 사이의 충고 모두 던지듯 하면 반발을 부르고, 건네듯 하면 수용을 부른다. 말은 힘을 가졌지만, 그 힘은 다루는 태도에 따라 약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한다.

말을 건넨다는 것은 책임을 다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던져버린 말은 책임에서 벗어나지만, 건넨 말은 상대의 마음에 닿을 때까지 내 책임이 된다. 건네는 말은 더 신중하고, 더 진실하다. 그 신중함 속에서 신뢰가 자라고, 관계가 깊어진다.

말을 던지지 않고 건네려면 마음이 먼저 다스려져야 한다. 내 안의 분노와 성급함을 잠시 가라앉히고,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여유가 필요하다. 말은 결국 마음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따뜻한 마음은 따뜻한 말로, 차가운 마음은 차가운 말로 드러난다.

요컨대, 화살 같은 말은 상처를 남기지만, 손길 같은 말은 위로를 남긴다. 말의 태도를 바꾸는 순간, 관계는 달라지고 삶은 달라진다.
결국 말은 어떻게 전하느냐에 따라 품격이 결정된다.


ㅡ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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