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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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도문학회
이어도는 단순한 수중 암초가 아니다. 그것은 한반도의 남단에서 바다와 하늘이 맞닿는 경계에 존재하는 상징적 공간이자, 민족의 집단 무의식 속에서 꿈처럼 되살아나는 영혼의 섬이다.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마라리 서남쪽 149킬로, 해면 아래 4.6미터 깊이에 위치한 이어도는, 실효 지배 아래 대한민국이 해양과학기지를 세워 올린 미래의 교두보다. 독도와 더불어 국가의 해양 주권을 증언하는 마지막 발바닥 자리라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귀중한 해양 영토와 그 정신적 상징을 국민에게 널리 알리고, 기록하며, 문학적으로 승화시키고자 2012년 1월, 100여 명의 문화예술인이 뜻을 모아 이어도문학회가 창립되었다. 이는 단순한 문학 단체의 출범을 넘어, 해양 주권과 민족의 기억을 문학적 언어로 계승하는 거대한 정신적 운동이었다.
창립의 중심에는 두 분의 인물이 있었다. 초대 회장 양금희 교수와 강병철 박사이다. 양금희 교수는 제주대학교에서 이어도를 학문적으로 연구하며 그 문화적·역사적 의미를 밝혀냈고, 강병철 박사는 5광구와 7광구를 비롯한 해양 자원의 가치를 국민에게 알리며 이어도연구회의 실무 책임자로 활동하였다. 두 사람의 열정과 헌신은 이어도문학회의 초석을 다졌고, 애국심 어린 문학의 불씨를 지폈다.
문학회는 창립 이후 줄곧 비영리 정신을 고수해 왔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은 전업 작가들의 형편을 배려해 회비를 받지 않고, 오직 자발적인 찬조와 헌신으로 운영을 이어왔다. 양금희 교수와 강병철 박사를 비롯하여 김필영, 김남권, 장한라 전 회장들이 그 길을 함께 걸었으며, 현재는 이희국 회장이 그 뜻을 계승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각자의 삶과 연구, 창작을 통해 이어도라는 이름을 더욱 굳건히 세우고, 국민의 기억 속에 심어왔다.
이어도문학회의 가장 두드러진 활동은 매년 열리는 이어도문학상이다. 이 공모전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등단 여부와 무관하게 문학적 열정을 가진 이들에게 열린 장을 제공한다. 응모 조건 중 하나는 반드시 이어도를 주제로 한 작품을 포함할 것인데, 이는 문학회가 추구하는 설립 목적과 일치한다. 공모전을 통해 당선된 작품들은 단지 뛰어난 시문학의 성취를 넘어, 해양 영토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환기하고, 이어도의 신화와 전설을 현대적 언어로 되살리는 데 기여한다.
심사는 예심과 본심을 거쳐 이뤄지며, 국내 권위 있는 문인과 평론가들이 참여한다. 심사 기준은 문학성, 주제의식, 이어도에 대한 인식의 깊이와 창의적 해석이다. 심사위원들은 이어도를 단순한 지리적 공간이 아닌, 민족 정체성·존재의 근원·보편적 희망을 담아내는 상징으로 보는 작품을 높이 평가한다. 이 과정을 통해 이어도문학상은 단순한 공모전이 아니라, 문학 담론의 장이자 해양 문화 의식을 고양하는 공적 무대가 되었다.
특히 최근의 당선작들을 보면, 이어도는 더 이상 ‘보이지 않는 암초’에 머물지 않는다. 권천학 시인은 바다를 민족적 서사와 인류 보편의 희망으로 승화시키며 대상을 거머쥐었고, 배진성 시인은 확장과 응축의 양극단을 통해 이어도를 성소이자 관계의 섬으로 그려 금상을 수상했다. 황성구와 고길선 시인은 각각 목소리와 침묵, 토착어와 생활 서사를 통해 이어도를 공동체적 기억과 진혼의 공간으로 제시하며 은상을 수상하였다. 이러한 당선작들은 이어도문학회가 지향하는 가치, 곧 지역성과 보편성, 신화와 현실, 전통과 미래의 결합을 뚜렷하게 증명한다.
이어도문학회의 문화적 의의는 네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해양 주권을 문학으로 각인시키는 독보적 역할이다. 바다는 지리적 국경을 넘어서는 공간이며, 이어도는 그 상징적 중심이다. 문학회는 이 주권 의식을 문화적 담론으로 확장시킨다. 둘째, 지역성과 보편성을 아우른다. 제주라는 특수한 배경을 보편적 인간 문제로 승화시킴으로써 이어도는 세계적 의미를 획득한다. 셋째, 창작의 장을 넓힌다. 등단 여부를 넘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공모전은 문학의 저변을 확대하고 다양한 목소리를 포용한다. 넷째, 기록과 자산화이다. 매년 축적되는 수상작들은 단지 작품이 아니라, 민족의 기억을 이어가는 문화적 아카이브가 된다.
앞으로 이어도문학회는 한국 해양문학의 정체성을 더욱 공고히 하고, 세계 문학의 장에서 한국 문학의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 이어도를 주제로 한 문학적 성과는 단지 한국적 소재에 머물지 않고, 인류 보편적 담론과 연결될 잠재력을 지닌다. 해양 환경 문제, 생태 윤리, 공동체적 연대, 기억과 정체성의 문제 등은 모두 이어도라는 상징을 통해 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 화두가 된다.
이제 이어도문학회는 13년의 시간을 넘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과거의 신화와 전설을 계승하는 것을 넘어, 현재의 문학과 미래의 세대에게 영감을 주는 문화적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자 한다. 바다는 끊임없이 변하지만, 그 속에서 이어도는 언제나 우리를 부르고 있다. 이어도문학회는 그 부름에 응답하며, 더 많은 명시들이 태어나 국민의 가슴에 바다의 노래로 울려 퍼지기를 소망한다.
이어도문학회 회장 이희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