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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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들려주는 말
하루의 끝에서 문득 멈춰 서면,
세상의 소리가 조금씩 멀어진다.
자동차의 경적, 사람들의 말소리,
전화기 진동이 차례로 사라지고 나면
그제야 들려온다.
내 안에서 아주 오래전부터 기다리고 있던 소리.
그건 나의 마음이 나에게 건네는 말이다.
“괜찮다.”
그 한마디가 바람처럼 스며든다.
누군가의 위로보다,
스스로에게 하는 이 말이 더 깊다.
그대는 그동안 너무 많은 소리에 둘러싸여 있었다.
해야 할 일, 지켜야 할 체면,
잊지 말아야 할 약속들.
그 사이에서 마음의 목소리는 작아졌다.
그러나 사라진 적은 없다.
그저 잠시 귀 기울여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음은 말이 없다.
하지만 세상 그 어떤 언어보다 정확하다.
눈빛으로, 숨결로,
때로는 막막한 침묵으로 자신을 드러낸다.
그 속엔 옳고 그름이 없다.
그저 있는 그대로의 나만 있다.
삶의 진실은 언제나 단순하다.
복잡한 계산 속에서가 아니라,
조용히 나를 바라보는 그 순간에 깃든다.
사람은 살아가며 수없이 자신을 잃는다.
누군가의 기대에 맞추느라,
세상의 기준에 휘둘리느라
조용한 내면의 목소리를 흘려보낸다.
하지만 마음은 언제나 같은 자리에 있다.
비워진 들판처럼,
한없이 고요하고 넉넉하게.
그곳으로 돌아가는 일이
삶의 시작이자 끝이다.
아무리 멀리 떠나도
사람은 결국 자기 마음으로 돌아온다.
돌아온다는 건, 후퇴가 아니라 회복이다.
세상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안으로 향하는 일,
그 단순한 귀환 속에
모든 깨달음이 숨어 있다.
하루의 끝자락,
모든 빛이 사라진 후에도
내 안에는 여전히 불빛 하나가 남아 있다.
그 불빛은 조용히 말을 건넨다.
“그대는 지금 충분히 잘하고 있다.”
그 말은 겉으로 들리지 않지만
영혼의 어딘가에서 부드럽게 울린다.
마음을 들으려면
먼저 멈춰야 한다.
말보다 침묵이 많고,
행동보다 기다림이 긴 시간 속에서
비로소 마음은 문을 연다.
그 문은 밖으로가 아니라
안쪽으로 열리는 문이다.
그 안으로 들어가면
세상의 시끄러움이 서서히 잦아든다.
그리고 아주 작은 목소리가 들린다.
그건 삶이 우리에게 건네는 가장 순수한 인사다.
세상의 소리는 화려하지만 금방 사라진다.
마음의 소리는 느리지만 오래 남는다.
그 느림 속에 진실이 있다.
빨리 가는 세상에서
마음은 늘 천천히 걷는다.
그 느림이야말로
우리 삶을 단단히 붙드는 힘이다.
오늘 하루도 분주하게 흘러갔다.
무언가 이루지 못했더라도,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었더라도,
그 모든 것은 삶의 일부다.
마음은 그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
그래서 아무 말 없이 품어준다.
이해받지 못한 일도,
잊고 싶은 기억도,
그대가 겪은 모든 시간을 다 품어 안는다.
그게 마음이 가진 가장 큰 자비다.
밤이 깊어지고,
창문 너머로 별빛이 걸린다.
그 빛을 바라보다 보면
마음속에서도 작은 별이 하나 켜진다.
그 별은 외롭지 않다.
그건 나의 마음이 나에게 보내는 신호다.
이제 세상의 소리를 잠시 내려놓자.
눈을 감고, 깊게 숨을 쉬며
내 안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그 목소리는 말한다.
“지금 그대로도 괜찮다.
그대의 길은 여전히 빛나고 있다.”
ㅡ청람 김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