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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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문을 여는 시간
김왕식
문은 밖에서 열리지 않는다
마음의 문은
언제나 안쪽에서만 닫히고
안쪽에서만 열린다
사람이 가까워지지 못하는 이유는
거리가 아니라
서늘하게 잠긴 마음의 걸쇠
그걸 스스로도 잊고 산다
오래 잠긴 문을 밀어보면
처음엔 작은 소리 하나도
낯설고 서늘하다
그 서늘함이 지나가면
따뜻한 숨 한 줄기가 안에서 나온다
닫힌 마음은
나를 지키려 했던 지난 시간의 증거
누군가를 밀어내려 했던 것이 아니라
쓰러진 나를 감추려 했던
어린 날의 습관
그래서 오늘은
문을 억지로 열지 않는다
다만 문 앞에 조용히 앉아
내 안의 목소리가 깨어나길 기다린다
문 틈 사이로
먼지 같은 햇빛이 들어오면
아주 오래된 감정들이
종이처럼 얇게 흔들린다
그 흔들림을 바라보는 순간
문은 절반쯤 저절로 열린다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내 안의 어둠을 숨 쉬게 하려고
한 걸음 물러서 기다렸던 시간
그 기다림이
마음의 문을 여는 손잡이가 된다
문을 활짝 열지 않아도 좋다
틈 하나만 있어도
빛은 반드시 들어온다
그 빛이
오늘의 나를 살리고
내일의 나를 부드럽게 반긴다
ㅡ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