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의 결심이 백 번 걷는 길 ㅡ청람 김왕식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사흘의 결심이 백 번 걷는 길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새해는 늘 거창하다.
달력 첫 장이 넘어가는 소리만으로도 사람은 어제의 자신을 졸업한 것처럼 착각한다. 계획은 장대하고, 다짐은 근엄하며, 각오는 결연하다. 그날 밤 수첩에는 빼곡한 항목들이 줄을 선다. 새벽 기상, 규칙적 운동, 절제된 식사, 성실한 독서, 정돈된 삶. 종이는 이미 모범 시민이 되었다.
시간은 묘하다. 사흘을 넘기지 않는다.
의지는 살아 있으나 몸은 늦잠을 택하고, 결심은 건재하나 손은 스마트폰을 집는다. 계획은 여전히 살아 있는데 실천만 조용히 실종된다. 이쯤 되면 작심삼일은 실패담이 아니라 통계에 가깝다. 인류 보편의 평균치라고 해야 맞다.
해서
작심삼일은 나약함의 증거가 아니라 인간다움의 보고서다. 사람은 늘 생각보다 천천히 변한다. 변화는 선언으로 오지 않고, 습관의 미세한 틈으로 스며든다. 그 틈이 사흘쯤 되면 닫히는 것도, 사실은 자연의 질서다. 겨울에 싹이 트지 않는다고 봄을 포기하지 않듯, 삼일의 좌절로 한 해를 포기할 이유는 없다.
혹자는 말한다.
“작심삼일을 백 번 하면 뜻을 이룬다.”
참으로 역설적이다. 실패를 누적하라니. 그러나 이 말에는 은근한 지혜가 숨어 있다. 뜻은 한 번의 완주가 아니라, 수없는 재출발의 총합이라는 사실. 성공은 직선이 아니라 지그재그의 궤적이라는 고백이다. 포기하지 않고 다시 적는 것, 다시 일어나는 것, 다시 시작하는 것. 그 반복이 결국 사람을 목적지로 데려간다.
우리는 흔히 계획을 신성시한다. 그래서 실천이 어긋나면 자신을 책망한다. 하지만 계획은 신이 아니라 지도다. 지도는 길을 대신 걸어주지 않는다. 길 위에서 발을 떼는 것은 언제나 사람의 몫이다. 그리고 그 발걸음은 대개 서툴다. 비틀거리며 가는 걸음이 정상이다.
새해의 다짐이 사흘 만에 무너졌다고 해서 삶이 무너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사흘은 자신을 아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이다. 무엇이 과했고, 무엇이 허상이며, 어디서 멈추는지를 배우는 시간. 배움이 있다면 실패는 이미 반쯤 성공이다.
그러니 올해도 작심삼일은 계속될 것이다.
그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 있다는 증거다. 다만 한 가지, 삼일 뒤에 다시 시작하자. 큰 결심이 아니라 작은 행동으로. 선언이 아니라 손끝으로. 오늘 못 했으면 내일 한 줄만, 내일 못 했으면 모레 한 걸음만.
뜻은 그렇게 이루어진다.
백 번의 작심삼일이 모여, 어느 날 문득 작심사일이 되고, 작심칠일이 되고, 작심한 계절이 된다. 그때 사람은 알게 된다. 성공은 대단한 각오가 아니라, 포기하지 않는 반복이라는 사실을.


ㅡ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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