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관계는 태도에서 시작된다
청람 김왕식
관계는 언제나 바깥에서 시작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안쪽에서 먼저 결정된다.
말의 방향보다 마음의 각도가 앞선다. 누군가 나를 어떻게 대하느냐보다, 내가 나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가 관계의 질을 바꾼다.
인간관계의 문제는 대부분 타인의 태도가 아니라 자기 인식의 문제로 귀결된다.
사람은 흔히 인정받고 싶어 한다. 인정은 요구할수록 멀어진다. 스스로를 인정하지 못한 채 타인의 평가에 기대는 순간, 관계는 불안정해진다.
칭찬은 위로가 되지만 지탱이 되지는 않는다. 외부의 인정은 바람과 같아 방향을 바꾸고, 세기는 예측할 수 없다. 그 위에 삶을 올려두면 흔들림은 필연이다.
내가 나를 인정하는 사람은 조용하다. 잘난 척하지 않고, 못난 척도 하지 않는다. 자신이 서 있는 자리를 알고, 그 자리에 필요한 만큼의 말만 한다. 이런 태도는 설명하지 않아도 드러난다.
하여, 이런 사람 곁에는 불필요한 오해가 적다. 관계는 힘을 주지 않을수록 오래간다.
반면, 자신을 인정하지 못한 사람은 늘 바쁘다. 설명하느라 바쁘고, 변명하느라 바쁘고, 증명하느라 지친다. 남의 말 한마디에 마음이 출렁이고, 평가의 눈빛에 하루가 좌우된다. 이때 관계는 만남이 아니라 긴장으로 바뀐다. 함께 있어도 편안하지 않고, 떨어져 있어도 불안하다.
남이 나를 부정해도 내가 나를 인정하고 있다면, 그 부정은 결정권을 갖지 못한다. 소음은 될 수 있어도 기준은 될 수 없다. 이런 사람은 서두르지 않는다. 설득하려 애쓰지 않고, 억울함을 과시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 말보다 태도가 남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결국 관계는 이기는 쪽이 아니라 견디는 쪽이 만든다.
모든 관계를 끝까지 가져갈 필요는 없다. 서로를 부정하는 관계는 애정이 아니라 소모다. 이때 물러남은 패배가 아니라 정리다. 거리를 두는 일은 단절이 아니라, 자신을 보존하는 선택일 수 있다. 관계의 완성은 항상 유지가 아니라, 때로는 내려놓음이다.
관계의 중심에는 언제나 내가 있다. 내가 나를 부정하면, 어떤 인정도 나를 구하지 못한다. 내가 나를 인정하면, 불필요한 관계는 자연스럽게 떨어져 나가고 필요한 관계만 남는다. 삶이 단순해지는 순간이다.
결국, 관계는 기술이 아니라 태도다. 잘 보이려 애쓰는 마음을 내려놓고, 스스로를 정확히 대하는 일. 그 담담함이 사람을 편안하게 하고, 관계를 오래 남긴다.
ㅡ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