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질 뻔한 책에서 되살아난 양심의 이름 ㅡ사상계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2026년 사상계 신년 특별호


□ 장준하 선생과 함석헌 옹







버려질 뻔한 책에서 되살아난 양심의 이름ㅡ사상계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아침에 장원 교수께서 게재한 한 통의 글은, 오래된 종이의 무게가 아니라 한 시대의 양심이 아직 식지 않았음을 증언하고 있었다.
수십 년 동안 집안의 이사와 세월을 건너며 묵묵히 보관된 책들, 그 곁에서 의미를 다 알지 못한 채 자라난 아이들, 그리고 끝내 버려질 뻔했던 역사 앞에서 멈춰 선 한 순간의 선택. 그 선택은 개인의 판단을 넘어, 공동체의 기억을 다시 세우는 결단이었다.

그 책의 이름은 사상계다.
한 권의 잡지가 아니라, 침묵을 강요받던 시대에 끝내 말을 멈추지 않았던 정신의 기록이다. 사상계는 시대를 향해 질문했고, 권력 앞에서 양보하지 않았으며, 지식이 무엇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지를 끝까지 묻던 지성의 장이었다. 그 중심에는 늘 장준하라는 이름이 있었다. 그는 사상을 말로만 남기지 않았다. 사상은 삶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글과 행동으로 동시에 증명한 사람이었다.

이번 기증의 의미는 단순한 자료 이전에 있지 않다. 그것은 “이것이 무엇인지 몰라 버리려 했던 순간”과 “이것이 무엇인지 알기에 맡기려 했던 순간” 사이의 간극에서 태어났다. 그 간극은 무지에서 인식으로, 사적 소유에서 공적 책임으로 이동하는 통로였다. 바로 그 지점에서 개인의 추억은 공공의 역사로 환원된다.

아버지는 말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왜 이 책을 버리지 못했는지, 왜 이사 때마다 챙겼는지. 그러나 어떤 사상은 설명되지 않아도 지켜진다. 설명 이전의 신념으로, 가르침 이전의 태도로 전해진다. 아이들이 이해하지 못해도, 시대가 외면해도, 그 책을 곁에 두었던 이유는 분명하다. 사상은 언젠가 다시 읽힐 것을 믿는 마음이었기 때문이다.

오늘, 그 믿음은 배신되지 않았다. 라디오에서 우연히 흘러나온 한 문장이 과거를 불러냈고, 개인의 서랍 속에 잠들어 있던 시간이 다시 사회의 시간으로 돌아왔다. 이 우연은 우연이 아니다. 역사는 늘 준비된 양심을 통해 다시 시작된다.

사상계의 복간은 과거를 박제하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오늘의 우리에게 묻는 일이다. 지금 우리는 무엇을 침묵하고 있는가. 무엇을 편리하다는 이유로 외면하고 있는가. 그리고 무엇을 다음 세대에게 넘길 준비를 하고 있는가. 사상은 기념물이 아니라 기준이다. 기준은 현재를 평가하고 미래를 선택하게 한다.

이번 기증은 한 가정의 미담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국민 모두에게 건네는 조용한 요청이다. 기억을 버리지 말자고, 가치의 무게를 재단하지 말자고, 불편한 진실을 끝내 보관하자고. 사상은 그렇게 살아남는다. 책으로, 선택으로, 그리고 다음 사람의 손으로.

장준하 선생의 사상은 다시 묻는다.
“당신은 무엇을 지킬 것인가.”
오늘 우리가 내놓은 답이,
내일의 사상계가 될 것이다.


ㅡ청람 김왕식



■ 신동구 선생이 보내온 글



안녕하세요.

저는 예전에 사상계 출판하셨던 신두철(申斗澈) 아들 신동구 라고 합니다.

다름이 아니오라 작년 여름 즈음에 우연히 라디오에서 정우성 씨가 광고하는 사상계를 듣고 소천하시기 전 아버지 삶의 의미셨던 사상계에 관심을 가지고 수십 년 보관해 오던

사상계 책들을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1960-90년대에 을지로에 세종문화원이라는 출판사를 운영하실 당시 사상계를 발매하시어 저희 두 형제 어린 시절에 이 책에 관해 이야기를 많이 해주시곤 하셨습니다.

하지만 어린 저희 두 형제는 사상계라는 책이 어떤 의미가 담겨있는지 어떤 역사가 담겨있는지 알 길이 없어 관심이 없었지만,

항상 아버지는 이런 사상계에 대한 책에 애정을 가지고 이사하면서까지 애지중지 보관하시어 소중히 여기셨습니다.

2년 전에 소천하시고 우리 가족은 이 많은 책자를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 와중에 이 책의 가치를 몰라 쓰레기로 처리할까 하는 무지한 선택을 하려 하던 중 광고를 듣고 우리보다는 그 가치를 아는 복간 사상계 측에 기증하면 아버지 또한 기뻐하시리라 생각이 들어 이렇게 메일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사진을 첨부한 것과 같이 전체 부수가 보관되어 있습니다.

부디 기증을 받아주시어 사상계의 가치를 잘 보관, 활용하여 뜻깊은 곳에 사용토록 부탁드립니다.






□ 복간된 사상계


□ 복간 사상계 발행인

ㅡ 장호권 장준하기념사업회 회장


작가의 이전글도스토예프스키 ㅡ 5분 이후 ㅡ청람 김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