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씨를 옮기는 손 ㅡ청람 김왕식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불씨를 옮기는 손



김왕식




부엌의 새벽은
언제나 어머니 혼자였다

불씨는 늘 작게 시작해
조심스레 숨을 붙여야 했다

젖은 장작은
쉽게 타오르지 않았고
불은 자꾸만 꺼지려 했다

어머니는
재를 헤치고
숨을 불어넣었다

불이 살아나면
솥이 깨어나고
솥이 깨어나면
집이 깨어났다

나는 이불속에서
그 소리를 들었다

물 끓는 소리
뚜껑 들썩이는 소리
그 소리들이
어머니의 발자국이었다

어머니는
불을 크게 키우지 않았다

필요한 만큼만
따뜻해지면 충분하다고
몸으로 말하는 사람

어머니가 옮긴 것은
불씨만이 아니었다

꺼지지 않는 마음을
아이들 쪽으로
조용히 옮겨 놓는 일이었다


ㅡ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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