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녘 하늘에 두 손을 모으던 밤 ㅡ청람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동녘 하늘에 두 손을 모으던 밤




김왕식




시골의 어린 시절은
겨울의 체온으로 기억된다

눈은 말없이 쌓이고
바람은 문풍지를 흔들어
집보다 먼저
마음을 열어젖혔다

얼어붙은 문고리
손이 닿자
살이 붙들린다.
밤은 끝까지 매서웠다

그 한복판에
어머니가 있었다

지아비를 하늘에 먼저 보내고
靑孀寡婦라는 이름을
등처럼 지고
자신의 나이는
불씨처럼 숨겼다

여섯 남매,
잠 속에서 숨만 남기고
이불은 자꾸 밀려났다
어머니는 발끝으로
밤을 끌어당겨
아이들 위에 덮었다

아무도 보지 않는 부엌
가마솥에 불을 넣는다
젖은 장작이
툭, 툭,
울음을 삼킨다

연기는 눈을 태웠지만
어머니는
눈을 비비지 않았다

모든 짐과
말 못 한 한과
되살아나는 슬픔을
가슴에 묻고
해 뜨기 전
동녘 하늘을 본다

아직 약속 없는 하늘에
두 손을 모은다
기도는 짧다
아이들 아프지 않게
오늘이 무너지지 않게

그렇게
어머니의 하루는 시작되었다
눈보다 먼저 일어나
바람보다 먼저 버티며
해보다 먼저
우리를 품었다

이제야 안다
그 혹독한 겨울을
집이 견딘 것이 아니라
어머니 한 사람이
몸으로 막아냈다는 것을

그 새벽의 기도는
말이 아니라 삶이었고
어머니는
자신을 살지 않고
우리의 내일을 살았다


ㅡ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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