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행복한가 ㅡ청람 김왕식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나는 지금 행복한가





행복은 늘 미래형으로 도착한다.
지금이 아니라, 다음에.

조금 더 모으면,
조금 더 이루면,
조금 더 안정되면.

인간은 누구나 행복을 꿈꾼다.
그래서 돈을 모은다.

자식의 공부를 챙기고,
집을 넓히고,
차를 바꾸고,
몸에 걸치는 것들의 이름을 바꾼다.

손목의 시계가 바뀌고
차고의 자동차가 달라지고
옷장의 옷이 고급스러워질수록
삶의 표면은 매끈해진다.

그러나 밤이 오면
그 매끈함은
이불속으로 들어오지 못한다.

누운 몸은 편안한데
마음은 자리를 잡지 못한다.
온갖 상념이
잠자리를 대신 깔고 눕는다.

내일 해야 할 일,
잊고 있었던 말 한마디,
지나치듯 던진 시선 하나가
머리맡에 앉아
차례로 이름을 부른다.

아침이 되면
행복이 아니라
걱정이 먼저 눈을 뜬다.

그래서 사람은
성경을 펼쳐

기도하고
불경을 읽으며

면벽 참선한다

말씀 속에서
마음을 쉬게 하려 하지만
그 고요는
책장을 덮는 순간
다시 흩어진다.

도대체
행복은 어디에 있는가.

행복은
얻는 것이 아니라
멈추는 데서 시작된다.

더 가지기 위해
내달리던 속도를
한 번쯤 내려놓는 순간,
행복은
이미 지나간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음을 알게 된다.

행복은
큰 집의 평수가 아니라
한 칸의 방에서
서로의 숨이 부딪히지 않도록
문을 살짝 닫아주는 손길에 있다.

행복은
고급 자동차의 속도가 아니라
누군가를 기다리며
엔진을 끄는 시간에 있다.

행복은
명품의 로고가 아니라
낡은 컵에 담긴
미지근한 물을
아무 말 없이 건네는
침묵 속에 있다.

행복은
결핍이 사라진 상태가 아니라
결핍을 인정하는
태도의 이름이다.

모든 것을 다 가진 날에도
불안은 찾아온다.

그러나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날에도
평안은
문득 머문다.

행복은
조건이 아니라
방향이다.

밖으로 뻗어가던 시선을
안으로 돌리는 일,
이미 있는 것을
없다 하지 않는 일,
지나간 것을
되돌리려 하지 않는 일.

그 단순한 기술이
한 사람의 밤을
조용히 바꾼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지금 이 순간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사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그 틈에
가장 오래 머문다.

그러니
묻지 말아야 한다.

행복은 어디에 있는가가 아니라,
지금
무엇을 더 가지려 하고 있는가를.

그 질문을 내려놓는 자리에서
비로소
행복은
이름 없이
곁에 앉는다.


ㅡ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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