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목련이 필 때
목련이 필 때
하얀 꽃잎은
아직 다 펴지지 않은 편지처럼
나무 끝에 매달린다
바람이 스치면
봉인된 마음이
조금씩 열린다
목련꽃 그늘 아래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노라 했다
먼 나라의 청년은
사랑 하나에
온 생을 기울이고
나는
꽃잎 하나에
봄을 기울인다
요한 볼프강 폰 괴테가 써 내려간
젊음의 열기와
막 피어
금세 질 것을 아는
목련의 숨결이
묘하게 겹친다
목련은
잎보다 먼저 피고
상처보다 먼저 진다
하여
더 눈부시다
꽃잎 하나 떨어질 때
편지 한 장 접히고
가슴속 어딘가
아직 부치지 못한 말들이
조용히 흔들린다
목련이 필 때
사랑은
말보다 먼저
빛으로 피어난다.
ㅡ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