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무게 ㅡ 청람 김왕식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생각의 무게







생각은
머리에서 태어나지 않는다


어둠 속에서
천천히 가라앉는다


말보다 먼저
침묵의 바닥으로 내려간다


가벼운 생각은
빛의 표면을 떠다니다
흩어진다


무거운 생각은
돌처럼 내려앉아
존재의 깊이를 만든다


강이 깊어질수록
물소리는 잦아든다


생각이 깊어질수록
말은 줄어든다


생각의 무게는
지식의 높이가 아니다
침잠의 깊이다


얼마나 오래
자기 안의 어둠을 지나왔는가


얼마나 오래
고통의 층을 견디었는가


그 시간들이
생각의 밀도를 만든다


가벼운 생각은
세상을 설명한다


무거운 생각은
세상을 견딘다


한 사람의 깊은 사유
시대의 소음을 낮춘다


보이지 않는 추錘 하나
저울을 고요히 세운다


깊은 생각 하나
흔들리는 세계의 중심을 붙든다


생각은
말이 아니다


삶이 되어
세상 위에 놓인다


깊이 생각한 사람의 말 앞에서는
세상이 먼저
조용히 고개를 기울인다.



ㅡ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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