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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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쓰지 못한 말
청람 김왕식
쓰인 말보다
쓰지 못한 말이 더 많다
입술까지 왔다가
돌아간 말
종이 위에서
끝내 몸을 얻지 못한 말
차마 누구에게도
건네지 못한 말
그 말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가슴 어딘가에
작은 방을 하나 얻고
오래 머문다
때로는
침묵이 되어 흔들고
때로는
눈빛이 되어 먼저 나간다
시는
쓴 말의 기록이기 전에
쓰지 못한 말의 그림자다
한 편의 시 뒤에는
보이지 않는 수많은 망설임이 있다
아직 쓰지 못한 말들이
떠나지 않는 한
아직
시에서 멀어진 것이 아니다
ㅡ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