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의 문장 ㅡ청람 김왕식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우산의 문장




청람 김왕식





비가 오기 전까지
우산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접혀 있는 동안
자신이 무엇인지조차
드러내지 않는다

그러다
하늘이 무너지듯 열리면
조용히 펼쳐진다

누군가의 어깨 위에서
작은 지붕이 되고
잠깐의 안쪽을 만들어 준다

비는 여전히 내리지만
그 안에서는
한 사람의 시간이
덜 젖는다

우산은 안다
세상을 바꾸는 일보다
한 사람의 하루를

조금 덜 힘들게 하는 일이
더 오래 남는다는 것을

그래서 다시
아무 일 없다는 듯
접혀서
벽 한쪽에 기대 선다



ㅡ청람



작가의 이전글아직 쓰지 못한 말 ㅡ청람 김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