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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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사람은 철학이 있다
사람을 오래 지켜보다 보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저 사람은 철학이 있는 사람이라는 느낌.
그것은 학문을 많이 했다는 뜻도 아니고, 어려운 말을 잘한다는 의미도 아니다. 외려 그 반대에 가깝다. 말은 적고, 행동은 단순하며, 그러나 그 단순함 속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중심이 있다.
철학은 머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삶의 결에 묻어나는 것이다. 어떤 선택 앞에서 망설이지 않는 태도, 흔들릴 수 있는 순간에도 끝내 자신을 잃지 않는 방식. 그것이 곧 그 사람의 철학이다.
해서 철학이 있는 사람은 설명하지 않아도 드러난다.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고, 보여주려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전해진다.
그 사람은 유행을 따르지 않는다. 그렇다고 세상과 등을 지고 사는 것도 아니다. 다만 휩쓸리지 않는다. 바람이 불면 흔들리되, 꺾이지는 않는다. 자신이 서 있는 자리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 자리는 누가 만들어준 것이 아니라, 스스로 오랜 시간 견디며 다져온 자리다.
철학이 있는 사람은 쉽게 판단하지 않는다. 타인을 단정 짓기보다 한 걸음 물러서서 바라본다. 그 시선에는 여유가 있고, 이해하려는 마음이 담겨 있다. 자신 또한 완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사람의 말은 강하지 않아도 깊고, 길지 않아도 오래 남는다.
그의 하루는 특별하지 않다.
그러나 허투루 쓰이지 않는다. 작은 일에도 마음을 담고,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의미를 놓치지 않는다. 그것이 쌓여 하나의 삶이 되고, 그 삶이 다시 그의 철학이 된다. 철학은 책에서 시작될 수 있지만, 결국은 삶에서 완성된다.
저 사람은 무엇을 믿고 살아가는가. 그것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수 있다. 그의 선택을 보면 알 수 있다. 편한 길보다 옳다고 생각하는 길을 택하고, 이익보다 가치에 가까운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때로는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자신을 지키는 모습을 보인다. 그때 비로소 알게 된다. 아, 저 사람은 자기 안에 기준을 가지고 있구나.
그 기준은 단단하지만, 닫혀 있지 않다. 스스로를 끊임없이 돌아보고, 필요하면 바꿀 줄도 안다. 그 변화는 흔들림이 아니라 성숙에 가깝다. 중심은 그대로 두고, 시야를 넓혀가는 방식이다. 그래서 시간이 지날수록 더 부드러워지고, 더 깊어진다.
철학이 있는 사람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자신의 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그 답은 완성된 문장이 아니라, 살아가는 과정 속에서 계속 쓰이는 문장이다. 그 문장은 말이 아니라 삶으로 읽힌다.
사람들은 그를 보며 말한다.
저 사람은 철학이 있는 사람이라고.
그 말속에는 단순한 평가를 넘어, 한 인간이 자기 자신으로 살아내고 있다는 깊은 존중이 담겨 있다.
ㅡ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