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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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ㅡ끝까지 닿은 자리에서 처음이 시작된다
청람 김왕식
죽은 것이 다시 살아나는 일이라 부르지 않겠다
이미 수없이 살아 있었으나
한 번도 깨어 있지 않았던 시간들
그 무딘 숨결이
스스로를 알아보는 순간을
부활이라 부르겠다
어둠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자신이 어둠이었음을 아는 빛이
그 안에서 천천히 눈을 뜬다
심장은 처음부터 뛰고 있었으나
이제야
그 박동이 누구의 것인지 알아차리는 일
그때
몸은 더 이상 육체가 아니라
지나온 모든 시간의 증언이 된다
무덤은 땅속에 있지 않다
말하지 못한 하루들
사랑하지 못한 순간들
끝내 건네지 못한 이름들 속에 있다
그 문이 열리는 순간
무언가 밖으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안에 있던 세계가
밖으로 번져 나간다
그래서 부활은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비로소 스며드는 일이다
죽음을 이긴 것이 아니라
죽음까지도 품어
더 이상 나눌 수 없게 된 상태
한 존재가
자신의 끝까지 닿았을 때
그 끝이 더 이상 끝이 아니게 되는 순간
그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듯
모든 것이 처음으로 시작된다
ㅡ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