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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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는듯 간다
아직 겨울이 다 말하지 못한 자리
풀잎 하나
먼저 입을 연다
누가 먼저였는지 모른 채
빛은 얇게 번지고
공기는 조금씩
이름을 바꾼다
꽃은 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놓아버리는 일
향기는 남지 않고
지나는 동안만
가볍게 흔들린다
바람은 오지 않는다
지나간 자리에만
늦게 몸을 남긴다
손을 내밀면
잡히지 않고
빛의 결만 스친다
그 사이
한 계절이
우리 곁을 스쳐
온 적도 없이
이미
멀어지고 있다
ㅡ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