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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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엽서 26
시인 주광일
주님 부활한 대축일 아침
나는 울었네 천상기쁨에
가슴 벅차 속울음 울었네
Spring Postcard 26
by Kwangil Chu
On the morning of the Feast of the Lord’s Resurrection,
I wept—overwhelmed by a heavenly joy.
My heart overflowing, I wept in silent tears.
202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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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비워 기쁨에 닿는 자리
— 절제의 신앙, 언어의 정점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넘치지 않음으로써 더 깊이 도달한다. 이 짧은 작품은 언어를 덜어내는 방식으로 오히려 더 큰 울림을 확보한다. 세 줄에 머문 시가 하나의 신앙 전체를 품어낸다.
“주님 부활한 대축일 아침”이라는 첫 구절은 시간의 지정이면서 동시에 존재의 자리다. 여기에는 어떤 수식도 덧붙지 않는다. 단순한 사실의 진술이지만, 그 사실은 이미 완결된 기쁨을 내포하고 있다. 부활은 설명될 필요가 없는 진리이며, 그 앞에서 언어는 자연스럽게 낮아진다.
이어지는 “나는 울었네 천상기쁨에”는 감정의 고백이지만, 과장되지 않는다. ‘울었네’라는 담담한 서술 속에 외려 더 깊은 진동이 있다. 기쁨은 외부로 터져 나오는 환호가 아니라, 내부에서 차오르다 넘치는 상태로 제시된다. 특히 ‘천상기쁨’이라는 표현은 그 기쁨의 근원을 분명히 하면서도, 그것을 해석하지 않는다. 이 절제는 시인의 신앙이 얼마나 내면화되어 있는지를 보여준다.
마지막 행 “가슴 벅차 속울음 울었네”에 이르면, 시는 완전히 안으로 수렴한다. 여기서 울음은 소리가 아니라 상태다.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울음, 오직 자신만이 감당하는 기쁨의 깊이. 이 ‘속울음’이라는 표현은 이 시의 핵심이다. 감정의 절정이 외부의 표현이 아니라, 더 깊은 침묵으로 전환되는 지점이다.
이 작품이 보여주는 것은 극도의 절제다. 그 절제는 빈곤이 아니라 충만의 다른 형태다. 말하지 않음으로 더 많은 것을 남기고, 드러내지 않음으로 더 깊이 전한다. 시인은 감정을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감정이 머무를 자리를 마련해 두고 물러선다. 그 여백 속에서 독자는 각자의 신앙과 경험으로 이 시를 완성하게 된다.
주광일 시인의 이력 또한 이 시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결을 더한다. 법조인으로서의 냉정한 판단, 공직자로서의 절제된 태도, 그리고 독실한 크리스천으로서의 깊은 내면이 이 짧은 시 안에서 하나로 만난다.
삶에서 훈련된 절제가 언어 속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그래서 이 시는 기술의 결과가 아니라, 삶의 결과로 읽힌다.
이 작품은 슬며시 귀띔한다.
기쁨의 가장 높은 자리는
말이 아니라 침묵에 가깝다는 것을.
그 침묵 속에서
신앙은 가장 또렷하게
살아난다.
ㅡ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