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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독약 트럭 꽁무니를 하루종일 따라다녔다

나는 순간 인디언이 됐다




고단한 하루였다.


하루종일

소독약 트럭 꽁무니를 따라다니느라!


얼굴이 까매졌다.

마치 인디언 같았다.


엄마는 야단치려다

그만

검게 그으른 내 얼굴을 보시고

폭소를 터뜨리셨다!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희미해져 가는 한 장면을 떠올려보자. 소독약이 뿜어져 나오는 트럭이 먼지를 일으키며 골목을 지나갈 때였다. 여름의 태양 아래, 아이들의 발자국 소리가 커다란 웃음과 함께 메아리쳤다. 이 아이들은 떼를 지어 그 트럭을 쫓았다. 여기서는 남녀노소 구분이 사라졌고, 그저 순수한 마음으로 뛰는 아이들뿐이었다.

소독약의 연기는 공중에 머물며 햇빛을 가려서 아무도 서로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그런데도 아이들은 즐거워했다. 소독약 냄새와 먼지가 뒤섞인 연기 속에서 놀이가 펼쳐졌다. 때로는 넘어져 턱이나 무릎을 다치기도 했지만, 그것은 이들에게는 자랑거리가 되었다.

지금이라면 이런 놀이를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안전과 건강이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겨지며, 아이들은 집과 학원 사이를 오가며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만지작거린다. 놀이터는 조용해지고, 웃음소리는 점점 사라진다.

하지만 그 시절의 아이들에게는 그 놀이가 소중했다. 단순했을지라도, 그곳에서는 새로운 세계를 발견했고, 우정과 모험을 느꼈다. 어린 시절, 우리는 단순한 것에서도 기쁨을 찾았다. 달리기, 숨바꼭질, 공중에 떠다니는 연기 따라가기, 이 모든 것이 우리에게는 신비로운 세계였다.

오늘날의 아이들은 무엇을 찾고 있는가? 기술과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그들의 눈빛은 어딘가 멀리 떠돌아가고 있다. 실내에서 화려한 그래픽의 게임을 즐기며, 가상의 세계를 여행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진정한 친구와의 만남, 자연과의 교감, 피부로 느끼는 바람과 햇살은 점점 희미해진다.

나는 그 시절을 그리워한다. 소독약 냄새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섞인, 땀과 먼지로 가득한 그 여름날을. 그때 우리는 간단한 놀이에서도 행복을 찾았다. 어쩌면 우리는 기술이 가져다주는 편리함 속에서, 진정한 간결함과 순수함을 잃어버린 것은 아닐까.

아이들이 다시 거리를 누비며 웃을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 아이들이 진정한 놀이를 통해 서로를 알고, 자라날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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